공기는 무겁고 눅눅했다. 숨, 희미하게나마 숨이 쉬어졌다. 하지만 들이쉴 때마다 쇠가 녹아내린 듯한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가슴속까지 내려와 날카롭게 긁었다. 연기, 연기가 피부에 스며들었다. 마치 온몸이 천천히 타들어가는 듯했다. 저마다 다른 리듬과 규칙을 가진 발걸음들이 조사선을 가득 메웠다. 무릎을 꿇고 바닥에 손을 댔다. 감각들이 쏟아지는 파편처럼 밀려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거대한 마찰, 단단한 것들이 힘없이 부서지는 파열, 잔해 속에 각인된 극한의 공포와 좌절. 충돌이었다. 주변을 표류하던 난파선과 조사선이 갑작스레 부딪힌 것이다.
'어떡하죠..?'
두려움은 쉽게 전염되는 것이었다.
부서진 낯선 우주선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외피는 찢겨 나가 검게 그을려 있었고, 내부는 알 수 없는 금속편들이 뒤엉켜 있었다. 난파선은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다른 시대, 혹은 다른 문명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 같았다. 그 누구도 선뜻 난파선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낯섦에 대한 두려움이 공간에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선두에 나섰다. 이런 순간은 언제나 내 몫이었기에. 낯섦, 죽음, 미지의 것을 가장 먼저 감각하는 것은 내게 너무도 익숙한 일이었다. 거칠게 손상돼 있는 난파선의 문을 열자, 차가운 내부의 공기가 나를 훑고 지나갔다. 한 발 한 발 안으로 내디뎠다. 벽과 바닥에 살갗이 스치는 순간, 익숙한 것들이 전해졌다. 죽음, 파괴되는 것들, 공포, 메마름. 역시 우리의 조사선과 다를 것이 없었다. 언제나처럼 그 이상의 감각은 닿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늘 그래왔으니까.
그러나 그곳에, 하나의 숨이 있었다. 숨, 미세하고 얕게 느껴지는 진동이었지만, 분명히 흔들리고 있었다. 살아있는 울림이었다. 나는 그 울림을 따라 깊숙이 들어갔다. 걸음걸음마다 부서진 흔적들이 가시에 찔리듯 전해졌다. 어둠 속 하나의 형체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두려움에 가득해 보였지만 분명히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우리와 마주한 그 생명체는 우리 종족과 꽤나 닮고도 달랐다. 생명체의 표면은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손끝이 스치면 깨져버릴 것 같은 그 불온한 유약함이, 이상하게도 계속 시선을 빼앗았다.
나는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생명체를 오래, 아주 오래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