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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외모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액티브 중년여성 성장기

by 지식농부

P여사는 최근 머리의 중심 부분을 밀었다. 반쯤 비구니가 된 기분이다. 어지럼증으로 불편해서 정수리 백회혈에 왕쑥뜸을 뜨고 사혈을 3번 했다. 끈적이는 피가 초코파이 1/2개 양이 나왔다. 한달 전에도 사혈을 해서 정수리 부분만 머리가 짧아졌다. 인터넷에서 정수리 가발을 주문했는데 색깔이 안 맞고 어색했다. 다이소에서 정수리를 감추는 부분 가발을 샀더니 대충 맞았다.


40대부터 흰머리가 나와 지금은 머리 염색을 하지 않으면 외출하지 못한다. 이제 정수리까지 까까머리가 되었으니 머리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머리는 외모를 결정하는데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P여사만 머리카락을 걱정하는게 아닌가 보다.


P여사 남편은 오랜만에 10년 된 모임에 갔다. 다들 외모가 조금씩 바뀌어 있었다. 멤버는 60대가 대부분이다. 그 중 구안와사가 와서 얼굴형이 바뀐 사람도 있고, 여성이지만 머리가 많이 빠진 분도 있다.남성중에는 탈모가 더 진행되어 거의 민머리가 된 사람이 있다. 그 분은 탈모가 진행되면서 온갖 좋다는 약이나 삼푸, 린스를 샀다. 그러다 '진짜 이거다' 하는 제품을 만났다. 머리가 나고 머리카락이 두꺼워진다고 확신했다.


그 회사 주식에 몰빵했다. 자신의 경험이 있으니 가치주에 투자한다 생각했다. 그랬더니 회사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는지 예상대로 주가가 높아졌다. 처음 투자금액의 20배가 올랐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거품처첨 주가가 내려 앉았다.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주가가 꺼졌다.


한순간의 환상이 사라졌다.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발모제의 민낮이 느껴졌다. 투자한 회사의 발모제를 비롯한 여러 탈모제품이 탈모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조금 머리결이 두꺼워지는 착시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주가가 빠진 후 30대, 40대가 꺼리는 3D업종에서 아침 6시부터 일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서 약점을 발견한다. '이것만 해결하면 내가 좀 더 멋있게 보일텐데' 하는 환상을 품는다. 하지만 타인은 그렇게 자세히 관찰하지 않는다. 모임이나 대화가 끝난 후 그 사람의 무엇이 기억나는가? 그 사람이 입은 옷? 들고 온 비싼 명품백이 기억나는가? 고급 바버샆에서 때빼고 광낸 모습이 기억나는가? 한번은 기억날 것이다. 외모는 그 정도다.


그사람이 파마머리든 민머리든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말투나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 말의 내용, 등 다른 것이 더 기억나지 않는가? P여사는 부분가발로 3개월 덮고 그 후는 짧은 머리를 염색해가며 견딜 예정이다. 작은 가발에 익숙해지는 시간이다. 나이가 들면서 바뀌는 외모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한 댓가를 치른다.


#외모 #탈모 #몰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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