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도바(2) - 메스키타와 파티오(중정)의 도시

세계에서 가장 경이적이고 자극적인 건물, 메스키타

by 남쪽나라


아침 일찍 메스키타(Mezquita, 대사원)를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안주인 에스더가 살짝 귀띔해 주는데 수요일 아침 8시에서 9시까지는 입장료가 무료란다. 오래된 구시가답게 메스키타를 향하는 길은 고색창연하다.

숙소 가까운 시청 건물 옆에는 로마시대의 유적이 폼나게 자리하고 있다. 슬슬 문을 열기 시작하는 식당과 카페 거리를 지나 노란 오렌지 색깔로 악센트 한 하얀 건물들이 좁다랗게 늘어선 골목으로 들어선다. 골목들은 품위 있고 풍기는 아우라가 이 골목의 오랜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20180424_121955.jpg?type=w773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한 유대인 지구

메스키타에 가까워질수록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들이 골목벽을 장식하고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잘 꾸며진 이 골목들은 꽃의 거리로 유명한 유태인 지구란다. 골목길에서 우물쭈물 헤매다가 공짜 입장 시간을 놓쳤지만 골목 저 너머로 드디어 메스키타의 알미나르 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20180424_113423.jpg?type=w773 메스키타 알미나르 탑

메스키타 안 마당에는 오렌지 안뜰이 넓게 자리하고 라흐만 1세가 고향 다마스쿠스를 그리워하며 심었다는 야자수 나무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대사원 입구에는 Mezquita, Alma de Cordoba(대사원, 코르도바의 혼)이라고 적혀 있다.


1529758850185.jpeg?type=w773 로마 다리에서 보는 메스키타 전경
1529758924922.jpeg?type=w773 메스키타 입구의 말발굽 아치 문

Mezquita(대사원, 모스크란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한다)! 알함브라 못지않는 스페인 이슬람의 기념비적 건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경이적이고 자극적인 건물' '이슬람의 미와 호화로움의 극치' '문화다원주의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구현한 건물' 내가 기억하고 있는 찬사 중 일부이다.


20180424_101140.jpg?type=w773 화려한 야자수 모양의 이중 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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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서는 순간 나는 정말 할 말을 잊고 만다. 눈앞에 현란하게 펼쳐져 있는 야자수나무 석조기둥 숲.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붉은색 이중 아치들이 사람을 압도하고 만다. 1200개 중 지금은 겨우 80여 개만 남아 있다는데 이 기둥 숲 사이를 걸어 보면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말한 대로 모두가 '중심 없는 무한의 환영 속을 걷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마련이다.


야자수나무를 형상화한 붉은색 이중 아치 중 기둥들은 대부분 로마신전이나 건물에서 뽑아 온 것이고, 이동과 공격을 상징하는 말발굽식 아치는 서코트족이 즐겨 사용한 양식이다. 이중 아치를 하게 된 이유는 로마신전에서 뽑아 온 기둥들의 길이가 짧아서 간격을 매우기 위해 고안한 것이란다. 이 메스키타를 지은 사람은 라흐만 1세, 후기 우마이야 왕조, 안달루스왕국의 창시자이다. 그가 스페인 땅에 안달루스왕국을 세운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다마스쿠스를 근거로 한 최초의 이슬람왕국 우마이야왕조가 이란과 이라크지역에서부터 점점 세력을 넓혀 온 그들의 경쟁 가문인 아바스 왕조에 의하여 멸망당하는 750년 여름, 당시 19살의 왕자였는 아브드 알 라흐만은 눈앞에서 아들과 가족들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며 구사일생으로 홀홀 단신 마그레브(지금의 모로코 땅)로 도망한다.

그곳에서 절치부심 기회를 옅보던 그는 755년 바다 건너 스페인 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로 결심, 겨우 12명의 추종자를 데리고 바다를 건넌다. 차츰 사람을 규합하고 세력을 넓힌 그는 이듬해 코르도바를 점령하고 안달라스왕국을 세운다. 이후 가톨릭 세력에 의하여 1236년 멸망당하기까지 안달라스왕국은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화려한 중세 이슬람 문화를 꽃피운다. 전성기 때는 인구가 50만, 바그다드, 콘스탄티노플과 어깨를 나란히 한 세계의 중심 도시였다. 한 때 모스크만 600개, 70개의 도서관과 수십만 권의 장서를 소장한 문화도시로 번영을 구가하며 천문학, 기하학, 철학 등 동방의 우수한 지식을 서방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20180424_101116.jpg?type=w773 메스키타 안의 가톨릭 성당

유감스럽게도 가톨릭 세력이 이 도시를 재점령한 후 메스키타의 한가운데 성당을 지어 지금의 희한한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하지만 그나마 메스키타를 완전 파괴하지 않고 이 정도로나마 보존한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아마 스페인 가톨릭이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일 게다. 대사원 건물 앞 쪽으로는 꽤나 넓은 과달키비르 강이 흐르고 강을 가로지르는 로마다리가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놓여 있다. 왜 무어인들이 이곳을 수도로 삼고 정착하게 된 지를 알고도 남겠다. 바로 이 풍부한 물과 비옥한 땅, 그리고 모로코와 비슷한 기후, 사막의 사람들에겐 이곳은 그들이 꿈꾸던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의 땅이었으리라.


1529758965413.jpeg?type=w773 알미나르 탐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골목길

우리는 메스키타를 나와 로마다리를 건너 보기도 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며 기념품 가게도 기웃거리고 여유롭게 유태인 거리를 거닐어 본다. 대사원 앞 좁은 골목길 한 곳에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기에 따라가보니

그림엽서에서나 볼듯한 멋있는 장면 하나가 나온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알미나르 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아름다운 형형색색 꽃들로 장식된 골목벽들과 파티오(중정)들을 보니 이 골목들이 꽃의 골목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1529758902764.jpeg?type=w773 유대인 거리의 아름다운 중정

곧 5월이 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르도바의 파티오축제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때는 이 골목길이 미어지겠지. 유대인 거리는 정말 아름답게 잘 꾸며진 파티오(중정)들이 즐비하다. 코르도바에선 사람을 칭찬하려면 그 사람의 파티오를 칭찬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코르도바 사람들의 파티오 사랑은 대단하다.


1529758938923.jpeg?type=w773 아름다운 파티오 식당

파티오들은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대부분 문이 열려 있어 우리는 이곳에서 남의 집 파티오를 훔쳐보는 재미에 한 껏 빠졌다가 점심까지도 파티오로 된 어느 널따란 식당에서 비싼 밥을 먹는데 그 맛은 돈값을 못한다.

관광지에서 밥 먹지 말라는 말을 또 잊었나 보다. 우리는 숙소로 좀 일찍 돌아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잠시 스페인 사람들처럼 시에스타를 즐기기도 한다. 그런 다음 고기를 곁들인 푸짐한 저녁을 차려 먹은 후 늦 햇살이 걸려있는 밤 10시가 될 때까지 예쁘게 잘 꾸며진 민박집 파티오에서 코르도바의 마지막 밤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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