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동 치과치료
3월은 이상하게 병원 예약이 모두 몰려있게 되었다.
우선은 아이의 경기 때문에 세브란스를 다녀왔고, 세브란스에서 받은 약이 조금 변경되었기 때문에 정신과에서도 약의 조정을 받아야 했다.
세브란스를 다녀오는 날, 학교는 결석처리를 했기 때문에 그날 정신과까지 모든 진료를 끝낼 수 있었다.
오늘은 치과 예약이 있었다.
아이는 중증발달장애가 있고, 치과 치료에 대한 거부가 심하기 때문에 장애인전문 치과를 다니고 있다.
다행히, 병지병원에서 돌고래치과라고 장애인을 위한 전문 병원이 있어, 3년 전부터는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이 치과 선생님들은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도 있고, 친절하시기 때문에 그나마 아이에게는 다행이다.
치과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기 때문에 진료실에 강제로 앉히려고 하지 않으시고, 아이가 안 들어가려고 하면 진료대기실에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를 봐주신다.
이 치과 의사 선생님은 정말... 대한민국 치과 선생님 같지가 않다.
무조건 아이 편이시다.
절대 아이에게 강제로 치료하려고 하지 않으시고, 아이가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신다.
처음에는 이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치과에 왔으면 무조건 묶고 치아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기실에서 특이사항이 있는지 물으시고 아이가 조금 편안해지면 그제야 '아'를 해보라고 한다.
친숙해지기 위해 매달 방문하라는 말도 하셨다.
그렇게 아이는 주기적으로 치과를 방문 중이다.
오늘은 가서 특이사항이 있는지를 물으셔서 치석이 많이 쌓였다는 말을 했다.
선생님도 달래고 달래서 간신히 입 안을 살짝 보시더니...
"온 김에 그럼 스케일링하죠."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선생님. 그럼 아이 아빠가 오는 날로 잡을게요."
선생님은 웃으셨다.
안 오시던 아버님이 오시면
우는 아이 보는 걸 더 힘들어하세요.
그리고 아이도 안 오던 아빠가 같이 오면 더 긴장하고요.
건장한 직원분들이 오늘 계시니 그냥 하시죠.
치과 진료 의자에 앉는 것부터 난리였다.
그래도 핸드폰 소리를 키워주고 간신히 유인해서 앉는 것까지 성공!
아이를 묶고, 내가 아이의 위에 올라탔다.
옆에 간호사 2분, 치료를 도와주시는 직원분 2분, 그리고 치과 선생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달라붙어 아이를 잡고 묶고 스케일링의 기본적 치료가 이루어졌다.
어머님이 절대 손을 놓으면 안 돼요!
그럼 치료할 수 없습니다!
온 힘을 다해 아이의 팔을 잡고 눌렀다.
나름 힘을 쓴다고 썼는데, 그래도 아이의 다리 하나가 나와서 누워서 누르고 있는 나의 허리를 감았다.
그래도 다리로 집기들을 치지 않는 게 어디인가. 온 힘을 다해 아이를 누르고, 손을 잡아 눌렀다.
치료가 끝이 났다.
아이에게 묶은 걸 푸르며 다 같이 박수를 치고, 아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온 힘을 쓴 내 팔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와! 어머니 정말!
운동하셨어요? 정말 잘 잡아주셨어요!
칭찬인 거겠지? 뭔가 씁쓸하지만...
내 아이는 키가 168cm 몸무게가 76kg이다.
난 여자치고 키도 큰 편이고, 체중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아이가 몸무게는 더 많이 나간다.
그런 아이를 잡고 있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못하겠다고 하면 아이의 치료는 어려워진다. 온 힘을 짜내야 했다.
아이의 치료가 끝나고 대기실에 우두커니 아이와 그렇게 10여분을 앉아있었다.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생각과 언제가 아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치과에 앉아 치료받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꿈은 이뤄진다고 하니 또 한 번 믿어봐야지.
치실을 열심히 하고, 양치질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아이의 치아는 건강하다고 했다.
다만 위에 잇몸이 많이 긁혔다고 하면서 이 부분만 조심해 달라고 했다.
혼자 양치질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내가 양치질을 시키다 보니, 그런 모양이었다.
양치질, 치실하기, 치과 치료받기.
일상의 숙제는 늘어만 간다.
그래도 아직은 나에게 아이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는 거니까 그건 감사한 일이다.
아이 아빠한테 스케일링을 했다고 하니 놀란 눈치였다.
앞으로는 그분도 온다고 하니, 같이 와서 치과에 오는 아빠를 익숙하게 만들어야겠다.
난 파스를 붙여야겠다. 삭신이 쑤신다... 아들아....
중증발달장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엄마의 체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잘 먹고 힘이 쎈 나를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