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 아래 여름

by 해문

햇빛은 마치 뜨거운 빗줄기처럼

머리 위로 쏟아지지만,


양산 한 장 펴는 순간

세상은 은빛 그늘로 변한다.


뜨거웠던 바람조차 부드럽게 살갗을 스치고,

흰 양산은 꽃잎처럼 빛난다.


걸음마다 따라오는 이 작은 그림자가

나를 기분 좋게 감싼다.


멀리 선 매미가 목청껏 부르짖지만


이 그늘 밑은 뜨거운 여름이 숨겨 놓은

조용한 아지트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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