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아직 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겨울, 출근 후 저녁을 먹던 중 갑작스럽게 울리던 벨소리
"구급출동! 구급출동!"
우리는 동시에 숟가락을 내려놓은 채 구급차로 뛰어갔다.
"이번 환자는 혈액암 환자라고 하네요?"
"그래 빨리 가보자, 병원이 있을지가 걱정이네"
코로나로 인해 전국의 병원에서 환자를 받아주지 않던 시절, 요즘 걱정거리는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환자는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였으며 얼굴부터 발끝까지 고름으로 인한 냄새와 전신에는 벗겨진 피부로 인해 메디폼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혈압부터 재보자!"
우리는 환자의 활력징후(혈압, 맥박,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던 중, 상태가 좋지 않음을 확인했다.
선배님은 CPR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고 심폐소생술을 준비하자고 나에게 지시 후, 급히 병원을 수배하기 시작했다.
"혹시 모르니까 AED 패치도 붙여놔!"
선배님의 지시와 함께 환자의 가슴에 붙어 있던 메디폼을 떼는 순간....... 고약한 냄새와 함께 피부가 썩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병원은 연락이 잘 되지 않았고 환자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패치를 붙여 심장의 리듬을 관찰하니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고 우리는 심폐소생술 준비를 하며 이송을 준비했다.
환자의 어머니가 가까스로 울음을 참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우리 아들이 갑작스럽게 의식이 나빠졌어요..... 어떤 상태이죠? 위급한 상황인가요....?"
"위급한 상황입니다! 최악의 상황 시에 저희가 심폐소생술을 해도 될까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환자의 여동생이 환자에 관한 진단 서류들을 가져왔다.
- 혈액암, 백혈병, 림프종...... 서류에 적힌 글과 진단을 받은 병원 전화번호... 00-000-0000 -
우리는 즉시 병원으로 전화해서 환자의 인적사항을 전달 후, 이송 가능여부에 대해 묻자 병원에서 뜻밖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 환자 DNR 동의서를 받은 환자입니다...... 응급처치를 하실 건가요?"
DNR이란(Do Not Resuscitate)- 소생술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는 환자의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DNR의 여부에 대해 묻자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어머님 적극적인 처치를 원하세요...?, 아니면, 힘드시겠지만, 지금까지 아드님 너무 고생하셨는데...... 이제 보내주시겠어요....?"
나는 다시 한번 어머님께 의사를 물어보았고 더 이상의 치료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흐느껴 우셨다.
곧이어 가족들에게 연락을 받은 환자의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하.... 아들.... 고생 많았다.. 미안하다..... 잘 가라.... 우리 아들......."
가족들에 DNR 동의를 받은 후 우리는 AED에서 보여지는 심장리듬이 사라질 때까지 관찰했고 사망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철수했다.
"하... 가족들이 우는 게 너무 슬프네요. 환자는 너무 고통스러웠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 저 정도면... 병원에서도 해 줄 방법이 없어......."
우리는 간단하게 대화를 마치고 센터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다음 출동이 있을 때까지 나는 계속 생각에 잠겨있었다. '쉬운 일이 아니구나...'
평소 나는 환자를 만났을 때 병원에 빠르게 이송하고 나서야 그 다음 단계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고, 그 환자에게 다음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들의 심정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가족들 또한 환자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때로는 보내주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