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모를 열망으로 무모하게 시작함.
무지하면 겁이 없다고 했나? 너무 많이 알아버리면 절대 시작도 못할 일을 해버린 정은 씨다. 그렇다. 정은 씨는 겁대가리를 상실했다. 평소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문외한이지만 소설을 쓰고 싶다는 남모를 열망이 있다. 낙엽이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내며 발에 밟혀 꽤나 기분이 좋아진 정은 씨는 갑자기 소설을 써야 한 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정은 씨의 유년 시절을 살펴보며 그야말로 충동에 사로잡힌 이란 수식어로는 정은 씨를 형용할 수 없다. 정은 씨는 충동이란 족쇄를 차고 다닌 격이다. 정은 씨의 가장 오래된 충동성 기억은 같은 반 여자아이의 배를 주먹으로 걷어차듯 때려치운 것이다. 왜 폭력성을 비췄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고 배를 맞은 아이가 아파하며 비명을 내지른 것이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에 남았다. 기억을 되짚으며 이상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고 의아해하던 정은 씨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정은 씨는 소설을 쓰려면 어휘력이 뛰어나고, 맞춤법을 잘 알며, 폭넓은 독서량을 보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반짝 생각하고는 본인과 정반대인 조건들에 개의치 않아 하며 심드렁하게 브런치에 가입했다. 이유인즉슨, 몇 달 전 재밌게 읽었던 책이 브런치 대상 수상작이었다는 연유에서였다. 나도 브런치에 연재를 해서 글을 써보아야겠다고 용기가 착상된 것까지는 박수를 받을 일이지만 정은 씨는 아무리 고뇌해도 소설의 첫 운을 떼기가 마치 전복된 8톤짜리 트럭을 옮기는 마냥 어려웠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은 본인의 실화를 각색해 보자는 일차원적인 대안을 생각해 내고는 피곤에 찌는 몸을 이끌고 노트북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정은 씨는 막상 잠이 오지 않는 불면을 겪는다. 어디서 읽었는데 행복이란 잠자리에 들었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고 글을 읽고 정은 씨는 한숨이 내쉬어졌다. 아마 살아있는 일생 동안 행복을 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오늘도 행복하기는 글렀다며 다시금 핸드폰을 집어드는 정은 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