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참 모호한 것들이 많다. 사람의 감정도 그중 하나이다.
“넌 나를 좋아해..아니면 사랑해?”
허허...갑작스러운 질문에 난 그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기만 할 뿐이였다.
‘좋아해’와 ‘사랑해’ 차이가 있다는 건 알지만 명확한 경계선이 존재하지 않아 딱 잘라 구별하기 어렵다. 나는 사랑이 좋아함보다 더 상위감정이라고 여겨왔다.
사랑은 보통 ‘좋아함' 에서 시작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 많은데 사랑하는 사람은 몇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투거나 멀어지게 되면 그냥 ‘보고 싶다' 라는 감정을 넘어 그리움이 느껴진다.
다른 사람이 아닌 그 사람만이 메울 수 있을 것 같은 구멍이 마음 속에 뻥 뚫려 버린다.
사람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싶은
이상한 욕망과 마음이 사랑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좋아함의 감정보다
훨씬 이기적이다. 좋아한다의 감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취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파랑색 좋아해?’, ‘딸기 좋아해?’, ‘스키 타는 거 좋아해?’ 처럼 좋아하는 것은 나를 즐겁게 만든다.
‘짝사랑' 은 있는데 ‘짝좋아함' 같은 것은 없다. 짝사랑은 이상하게 마음이 저리고 아프지만
좋아함은 그런 게 없다. 그냥 나에게 기분 좋음을 가져다 주는 것, 그것이 ‘좋아함' 이다.
또 하나의 차이를 말하자면 ‘좋아함' 은 명확한 이유를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이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좋아함보다 더 복잡하고 뒤틀린 곳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논리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이유지만 그래도 마음이 가는 것…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이것저것 캐물으며 마음을 열지 못해도 오래 본 나의 사람들은 실수를 좀 해도,
얼굴에 뭐가 나도 예쁘고 귀엽게만 보인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적고 좋아하는 사람은 다수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함이 ‘좋아함' 보다 ‘사랑' 이 더 상위감정이라는 느낌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해가 지는 노을을 볼 때, 처음 맛 본 맛있는 음식을 발견했을 때,
마음에 드는 골목길을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불쑥 이 말을 뱉는다.
“너무 좋다!”
좋아함은 밖을 향해 뻗어 있다.
밖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전해진 상쾌한 감정이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게 만든다.
사랑은 내 마음을 저 높이까지 붕 뜨게 하다가도 바닥 끝까지 추락시킬 때도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사랑과 달리 좋아함은 설렘과 상쾌함만 남겨주는 안정감이 있다.
사랑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은 등호로 나타낼 수도 부등호로 나타낼 수도 없다.
그냥 다른 감정인 것이다. 조금의 차이가 있다면 좋아함은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고
사랑함은 그 사람이 나로 인해 행복해지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누군가의 좋아함과 사랑을 받으며 우리는 매일을 살아간다.
아.. 사랑이란 얼마나 멋진 감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