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2 - 앨빈의 독서나무
아이(앨빈)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는 시절이다. 아내(풍뎅이)는 아이에게 늘 진심이지만, 진심이 반드시 올바른 과정과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님을 안다(스토커도 늘 진심이니까). 아이도 가끔은 엄마에게 투정한다. 언제 놀 수 있냐고.
1. 아내(풍뎅이)의 글 (2014~2015년, 중학생이 될 즈음)
2014.10.21
일주일 동안의 여행이었지만 돌아와서 정상 컨디션을 찾는데 일주일은 걸린 듯하다. 비몽사몽이었던 일주일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졸려했던 앨빈, 나도 마찬가지. 일주일이 지나고 우리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비가 내리던 어제, 오늘이었다. 함께 한다는 건 좋은 날도 있지만 힘든 날도 있다. 나의 의견에 반하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거다. 좀 더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이렇게 함께 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두 달 남은 달력을 보며 내 곁에 있는 아이를 보며 다짐해 본다. 이제 아이에게 변명하는 비겁한 엄마는 되지 말자.
2014.12.09
50권을 완독 했던 것 같은데 다시 읽고 있다. 그리 재밌나? 자발적으로 읽고 싶어서 읽는 모습이 무척 흐뭇하다. 이런데 필이 꽂혀 읽는 모습을 보면 머니가 하나도 안 아깝도다. 분야별로 골라서 읽고 있구먼. 앨빈이 읽은 책에는 그린스티커를 붙여 주고 있다. 난~~고갱님을 읽고 있고, 젤 행복한 순간이다~~^^*
2015.03.02
중딩 올라가기 마지막 주. 만화 <스펀지>, 만화 <원더풀 사이언스>. 요 만화시리즈는 몇 번을 보는 건가??!! <E=mc의 제곱>(2를 올려야 하는데 방법이?). 비룡소 클래식 소공자 <수학자이야기 44, 45>, <과학자이야기 062, 063>. 원서 <Warriors> 2부 #3~#6.
<워리어스>는 정말 재밌나 보다. 5권 6권은 주말에 한 권씩 읽었다. 워리어스 읽는다고 한글책은 뜸하다. 워리어스 6권 읽는 시간을 어제 보니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제 중등이 시작되었으니 얼마나 독서를 할 수 있을지. 이제야 원서책에 불이 붙고, 한글책도 마찬가지인데 어쩌면 지금이 독서는 최적기의 시기인데 학습으로만 시간을 보내기엔 넘 안타깝지 않은가. 아이마다 다르고 집집마다 상황은 다르기에 고민이 된다.
###
어제 자기 전 또 한 판 했다. 요지는 언제 놀 수 있냐는??!! 아놔, 책 본 게 논거 아닌가? 칼같이 놀 시간(놀 시간은 스포츠 뉴스 보는 시간)을 챙기는 앨빈. 그래, 아이마음을 이해해 주자.
결국 어제저녁에 못 본 스포츠뉴스 오늘 아침 보고 나가셨다. 쩝.
2015.03.16
중등생활 2주째. 여전히 한 주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평일의 독서는 이제 사치인가? 월, 수 피아노, 화, 목 저녁 영어학원. 결론은 영어학원 안 가는 날에 책을 읽으려면 영어학원 숙제는 주말에 끝내두어야 된다는 사실.
토욜 오전에 영어학원 숙제하고 오후엔 한 달 만에 미술학원에 갔다. 일주일에 하루 잠깐이라도 좋은 미술샘과 실컷 수다 떨며 그림을 그리거라~~잉~~^^. 미술샘 왈, 아이들이 무지 스트레스 많아 보이는데 앨빈은 행복해 보인다고 해서ㅎㅎ 음하하~~. 중등 되어서도 이렇게 미술학원 보내는 게 쉽지 않은데 부모님, 특히 앨빈 아버지가 대단하시다고ㅎㅎ 음하하~~
그나마 한글책 두 권을 일요일에 파주에서 구입해서 읽은 책들. 만화 <Why? 물고기>,
쥘베른 컬렉션 <신비의 섬 1, 2>, <Warriors 2부> #2.
앨빈의 고민
‘워리어스도 읽고 싶고, 신비의 섬도 읽고 싶고...’
풍뎅이의 고민
‘한글책도 읽고 싶고 원서책도 읽고 싶은 그날이 왔건만(얼마나 기다린 그날 이란 말이냐!! 그런데 시간이ㅠㅠ)’
안타깝다. 정말 중등 되니 시간이 없다.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5.01.24)
나는 중학생 때 신경성 위장병을 앓았다. 성적 스트레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방 소도시라 학원 뺑뺑이가 있는 시절도 아니었고, 특목고 등으로의 진학 압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학교 월례 시험에서 늘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경험이 모든 것일 수는 없지만, 그러한 중학교 때의 기억이 내 아이 교육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집단에서든 수석은 존중하지만, 수석 그 자체를 지향하는 삶은 지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형성되었다(결국에는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보이고 있는 각종 수석 입학생, 수석 졸업생들에 관한 뉴스들이 나의 확정편향에 더 기여했을 터이다.)
고등학교 때 월례고사가 끝나는 그날 저녁 자율학습 시간만큼은 학교 공부와는 무관한 책을 읽는 것을 원칙으로 했었다(내 생일이면 친구들이 내게 주는 선물은 모두 책이었다 ㅋ) 고등학교 석차가 좋지는 않았던 이유를 그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나는 지금도 그 생각, 그 행동, 그 가치관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앨빈)는 공부에 관한 스트레스 수치가 고등학교 때 매우 낮게 나왔다(학교에서 실시한 테스트 결과다). 이번 미술 학원 에피소드에도 나왔지만 아이가 다녔던 모든 학원의 선생님들의 일치된 의견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 때문에 불행해 보이는데 우리 아이는 스트레스 없이 행복해 보인다고. 중2-2학기 때 영재고(과학고) 입시반에 (스스로) 뒤늦게 뛰어들어 첫 기하 파트 시험에서 4점을 받아 꼴등을 했을 때도 아이는 전혀 기죽지 않았었고, 오히려 공부가 재미있다고 그랬으니까.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던 시절, 아이는 엄마에게 투정했다고 했다. 언제 놀 수 있냐고. 어쩌면 그 시절이 위기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늘 얘기하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경계에서의 줄타기이기도 하다. 다행히 아내는(우리는) 그 경계에서 선을 넘지는 않고 잘 헤쳐 나왔던 것 같다. 아이도 엄마도 어쨌거나 깊은 애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기초하고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