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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왜 가?(EP10)

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2 - 앨빈의 독서나무

by TsomLEE 티솜리

아이(앨빈)가 중학생이 되었다. 아이가 엄마(풍뎅이)에게 묻는다. 대학 왜 가야 하냐고.


2015.10.26 (1).JPG 이사하고 정리되지 않은 책 뭉치(출처: 우리집 사진첩, 2015.10)


1. 아내(풍뎅이)의 글 (2015년, 중1)


2015.05.13


중학생 된 3월엔 정말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늦게 하교하는 시간. 월, 화는 5시. 수욜부터 금욜까지는 4시. 영어 청담학원엔 두 번 저녁에 가니 화, 목은 오롯이 영어학원 타임. 월, 수는 청담 숙제하다 보면 끝. 금욜 하루 남는다. 토욜과 일욜엔 미술학원 가고 영어내신 가고 주말에 영어숙제 하고 영어책 읽다 보면 한글책은 진짜 한 권도 읽지 못하는(그나마 만화책으로 연명ㅠㅠ)


4월은 중간고사 공부한다고 그리 보냈고, 드디어 5월. 두 달 지나니 여유로움이 우리 곁에 찾아왔다. 시험 끝난 날 학교도서관에 가서 처음으로 책 두 권 빌렸다.


영어학원은 어제 레벨업 테스트를 봤고, 여름학기 개강 전까지 두 주는 쉬기로 했다. 집에서 원서책과 한글책을 몰입해서 읽을 절호의 찬스다. 탭숙제도 없고 외울 보케가 없으니 수학 두 시간 정도하고 저녁 먹고는 책 읽을 시간으로.


6월 되면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하니 쓰나미로 몰려 올 6월이 오기 전 무지 여유로운 5월 중순이다.

10.대학 왜 가(EP10)2.jpg 중1,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빌린 책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5.5)


*** 중1-1학기는 그렇게 지나가고 어느새 중1-2


2015.10.24


학교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들. 본인이 읽고 싶어 도서관에 가서 책들을 대출해 온 아이의 마음이 예쁘다. 우리 학창 시절엔 도서관에 읽을 만한 책들이 딱히 없었다. 물론 집도 마찬가지였지. 큰오빠가 책장사 아저씨에게 할부로 사 온 세로줄의 장식용 책들, 언니가 어디선가 사 온(?) <폭풍의 언덕>과 <여자의 일생>이 다였다. 그 당시엔 참고서나 문제집도 시내 헌책방에서 구입하곤 했는데 다른 책들을 구입한다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지금은 학교도서관에 2만여 권의 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학원시간과 게임에 쫓겨 도서관은 책저장창고 역할뿐이다. 그나마 대출 좀 하려고 해고 학교도서관은 9시쯤 문을 열어 5시쯤 문을 닫는데 시간에 쫓겨 대출이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좀 더 늦은 시간까지 토욜 오후, 일욜에도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10.대학 왜 가(EP10)3-1.jpg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5.10)


다른 중학교 도서관에 대해서는 모르겠는데 앨빈 학교는 학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도서관만은 어머니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이들과 엄마들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앨빈의 학교 도서관 사서선생님은 아이들이 빌리러 올 때 아이 눈에 맞게 책도 골라 주시고 선별해서 책들도 꾸준히 들여오신다. 그 노력에 비해 대출하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 책에 대해 관심 있는 엄마들과 교류를 했으면 좋겠는데(남자 샌님이라 부끄러워 인사만 나누고 정말 고생하신다는 말만...쩝..)


엄마들은 아이 눈도 뜨기 전에 그림책 전집을 구입하고 비싼 놀이책이며 아이 두뇌 향상을 위해 비싼 교구들을 구입해 주지만, 초딩 고학년이 되면서는 학원스케줄에 바빠 정작 책 읽을 시간들은 줄어들게 되고. 중등이 되면 게임, 웹툰, 학원, 친구들과의 SNS상의 짧은 글들만 남는다. 너무나도 바쁜 아이들에게 어릴 적 책 읽기의 소중함은 논술수업이란 이름으로 책 읽기는 또 다른 학원수업이 되어 버린다.


유아기 시절엔, 초딩 어린 시절에는 그림책이 얇아서 한 권 뚝딱 읽는다. 저녁 먹고 엄마가 읽어 주거나 아이가 읽으면 금방 읽은 책들이 쌓인다. 그런데 초딩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 책 두께가 제법 두꺼워 하루에 한 권 읽는다는 건 쉽지 않다.


책을 읽는다는 건 수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시간을 학원에 게임에 빼앗긴 아이들이 책을 읽는다는 건 쉽지 않다.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 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나에게 먼저 ‘아이가 책을 안 읽어요’라고 말하지만, 아이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게 맞다. 눈에 띄는 학습이 먼저이니. 당연 몇 시간 걸리는 책노동시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울아이가 쉬는 시간에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책 읽기라면 얼마나 이상적인가?(그런 아이이는 티브이나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지 우리 아이는 아니다. 쩝...ㅠㅠ) 일주일에 한 번 학원 가는 앨빈도 책 읽는 시간은 여전히 엄마가 보기에 부족하다 (엄마의 욕심인가?). 수학공부 하고 좀 돌아 서면 영어책도 읽고 한글책 읽기도 어렵다.


얼마 전 아이가 나에게 좋은 대학을 왜 가야 하냐며, 좋은 대학 간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닌데 왜 가야 하냐고, 왜 그렇게 공부를 힘들게 해야 하냐고 열 내며 말하는 거다. 뭐라 뭐라 궁색한 대답을 했지만 참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 주는 아이의 말이다. 난 왜 아이가 영어, 수학 공부를 하고, 책 읽기를 바랬을까?


아이의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아이의 말이 옳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고. 그 말엔 정답이 없다는 걸 마흔이 넘은 엄마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에 대한 답을 중딩시절 동안 아이가 찾아가는 날들이 되길 바란다. 인생에 대한 정답은 없음으로.

2015.01.31 (4).JPG 집에서 (출처: 우리집 사진첩, 2015.1)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5.01.27)


대학도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아내와 나는 아이 어린 시절 대안학교에 대한 생각을 자주 나누었다. 다행이었다고 해야 할까? 우리 아이는 학교에 적응을 못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굳이 대안학교를 가야 할 이유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제도권 중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특목고에 진학하였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진학은 너무나 당연히 인생의 정해진 코스였다. 그 길을 성실히 따라온 우리는 모두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가? 다른 길이 있고, 그 다른 길은 옳음도 틀림도 아니다. 길, 각자의 길이 있을 뿐이다.


중1의 아이가 그 시절 아내에게 대학을 왜 가야 하냐는 투정을 했었다는 일화를 지금 읽으며 약간 충격을 받았다. 우리 아이도 때때로 학교가, 학원이 힘들기도 했었다는 증거이니까. 아이에게 네가 싫으면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중고등학교 시절에 가끔씩 말해주기는 했었지만, 아이가 진짜로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면 나는 그대로 인정하고 응원해 주었을까?


요즘 조지수의 소설 <마지막 외출> 읽고 있다. 아래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선택이 삶의 경로를 결정짓긴 해도 삶 자체를 결정짓진 못해. (중략) 선택보다는 선택을 뒷받침하는 의지가 더 중요한 거 같아. 실패한 선택이란 없어. 선택을 뒷받침하지 못한 실패한 의지만 있을 뿐이야.” - p.263, <마지막 외출>


아이를 키우며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만 했고, 아이는 아내와 나에 의해 선택이 강요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선택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나의 지난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선택은 그 순간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기는 하지만, 선택이 결과가 아님을 알기에. ‘선택보다는 선택을 뒷받침하는 의자가 더 중요하다’는 작가 조지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10.대학 왜 가(EP10)5.jpg 조지수의 <마지막 외출> (출처: 우리집 사진첩, 2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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