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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쑥캐기. 쑥버무리. 쑥전.

움직이고 먹고 놀자.

by 선영언니

쑥 캐기


봄의 따뜻함은 땅이 먼저 안다. 봄소식을 들은 쑥이 곳곳에 천지다. 아이들이 아니 우리가 쑥을 알아볼 수 있을까? 쑥 감별사가 되어 아이들이 출동한다. 다들 땅에 쪼그려 앉아 샅샅이 뒤진다.

"쑥이 자라면 제 키보다도 더 크게 자랄 수 있데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뽐내며 작디작은 쑥을 한번이라도 끝까지 키워보고 싶다는 아이들.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 한다. 진지함이 귀여워 몇개는 남겨 둘까? 하며 자리를 정해 남겨둔다.

아이들이 쑥을 알아보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어떤 친구는 쑥 뒷면의 색을 보고 찾고, 어떤 친구는 잎의 모양을 보고 찾고, 또 다른 친구는 향을 맡으며 찾는다.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자신의 길을 간다. 그리고 또다시 모여 각자의 노하우를 서로 전하며 지혜가 모여 한 바구니 가득 쑥을 캐낸다.

이걸로 뭐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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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버무리


쑥을 캐서 쑥버무리를 해 먹는다. 어릴 적부터 나는 도시 어린이에 편식 어린이였다. 솔직히 쑥버무리가 뭔지도 몰랐다. 쑥을 먹을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먹는지도 몰랐다면 말다했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이와 함께하려면 연기 실력을 늘리는 수 밖에 없다.

"쑥이 얼마나 향긋하니 얘들아~ 한번 맡아봐~

이걸 쌀가루랑 함께 찌면 또 얼마나 맛있게~ 너네 먹어봤어?"

원래부터 쑥을 즐긴 사람처럼 미리 검색한 레시피대로 쑥버무리를 만든다. 나도 깜박 속아 내가 쑥을 즐기는 사람인 줄 알았다. 어른들의 호들갑에 아이들이 의심 하나 없는 눈빛으로 쑥버무리를 기다린다. 마법의 설탕 가루를 스르륵 뿌리니 맛이 없을 수 없다. 아이들은 제 손으로 쑥을 캐고 버무리를 만들고 모든 과정을 함께 해서인지 맛있다를 연발하며 남김없이 싹싹 먹는다.


아이든 어른이든 처음은 두렵다. 그게 음식일 수도 있고 장소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과 이유와 뜻을 알게 되면 시도 할 수 있고, 시도 해보면 두렵지 않다. 해내면 아무것도 아닌 그 한 발짝 내딛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 그래서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한다. 함께하면 용기가 난다. 아이와 내가 함께 한걸음씩 알아가고 나아간다. 오늘도 새로운 음식 한 조각 함께 씹고 넘기며 함께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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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전 맛있게 먹기


쑥은 이래저래 요리가 참 많다. 뜯어도 또나고 뒤돌아서면 또 자라있다. 하지만 딱 이때 만 먹을 수 있는 것. 세상에~ 쑥전이라니~세상 처음 보는 쑥전을 맛있게도 먹는다.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밭일 후 먹는 음식 맛은 정말 꿀맛이다~

"맛있다~ 맛있어~"

입안 가득 쑥전을 물고서 향이 번지듯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원피스 입고 밭일할 땐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는데 쑥전 먹을 때의 원피스 차림은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예의 차린 복장으로 보인다. 모든것이 사랑스럽다. 그러고보면 정답이 어디 있나 싶다. 보는 사람의 마음이 시선이지. 오늘도 우리 텃밭에는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고 그 마음이 있어 흙밭에 뒹굴어도 한없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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