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씨는 무엇일까요? 감자의 씨는 감자. 감자가 감자가 되고 감자가 다시 씨앗이 된다. 아이들에게 물으면 귀여운 대답이 한가득이다.
"씨앗은 모르겠지만 우리집에서 감자가 큰 적은 있어요~"
엄마가 사놓고 잊은 감자에서 싹이 났다는 뜻이다. 민망한 엄마는 두 눈을 질끈 감는다. 다른 엄마들도 공감하며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마트에 팔아요~"
"씨앗 상자에서 본 것 같아요~"
(우리가 씨앗 모아두는 상자가 있었음)
하지만 아무도 감자씨를 본 적이 없다. 당연하지. 감자는 감자가 씨앗이니까.
집 뒷편 작은 텃밭에 우리는 감자를 심기로했다. 어른들이 검색도 열심히 하고 예전 농촌활동에서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씨감자도 어떤 품종을 선택할지 한참을 고민해서 감자의 씨앗인 씨감자를 주문했다. 역시 인터넷엔 없는게 없었다. 검색을 하면서도 이미 화면엔 수확된 감자 이미지들이 가득했고 그걸 보며 이렇게 된데~를 연신 외쳤다. 선택하고 주문하는 순간까지 이미 우리들의 머릿속엔 심고 수확하고 맛있게 먹는 상상까지 끝나니 농사를 다지은 사람처럼 힘이 들었다. 상상하며 너무 집중 한 탓일까. 주문하는 순간 속이 다 시원했다. 농사는 상상도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싶었다. 그렇게 도착한 감자의 씨앗은 역시나 감자였다. 그 감자의 싹이 나는 곳인 씨눈(움푹 파인곳)을 피해 여러 개의 감자로 잘라 여러개의 씨앗으로 만들고 소독을 위해 모닥불에 태웠던 재를 씨감자에 하나씩 묻히기를 반복했다. 조를 나눠 진행했는데 예상보다 척척 진행되어 우리끼리 공장이라고 할 정도였다. 함께 해보니 아이들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건 아닌가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작업한 감자를 만들어 놓은 고랑에 구멍을 하나씩 파고 그 안에 하나씩 놓아 흙을 덮어 심는다. 진짜 감자가, 감자가 될까? 싶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해서 진짜 농부님들의 시범을 부탁드리기로 했다.
동네 어르신은
"뭐 그게 할 거 있어?"
하시며 슬며시 미소를 지으셨다. 그 모습에 도움을 청하길 잘했다 싶었다. 아이들, 어른들 모두 두눈을 반짝거리며 동네 어르신에게 감자 심는 법을 배우고 따라 해본다.
구멍을 만들고 하나씩 감자씨를 넣고 토닥토닥 이불흙을 덮어준다.
"이까이꺼 그냥 심으면 돼, 물이나 주지마"
어르신들은 이게 뭐 할 거 있냐고 하시지만 우리에겐 모든 게 배울거리 천지다. 그리고 말씀은 그렇게 하셨어도 초롱초롱 아이들의 눈빛에, 신기해하는 우리들의 물음에 어르신들은 진지하게 정성껏 알려주신다. 서로의 마음이 전해졌던 날.
우리는 감자가 감자가 되는 날을 기다린다.
감자꽃이 핀다. 감자꽃을 보면 감자의 색을 알 수 있다. 하얀색은 우리가 먹는 일반감자, 자주색은 자주감자. 감자밭에 한가득 꽃이 핀다. 꽃집 꽃들만 꽃인 줄 알았더니 우리 감자밭이 꽃집이 되어 내 마음 설레게 만든다. 수확보다는 아름다운 감성의 어른들이 꽃이 더 보고 싶어 감탄만 하다가 아차 싶어 아이들에게 꽃따기를 가르친다.
"꽃이 너무 피면 감자가 꽃피우느라 힘을 다 써서 열매가 잘 열리지 못한데. 그래서 꽃은 제때 따 주어야 하는 거야."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자꾸만 꽃이 아까워 눈길이 꽃으로 간다. 예쁜 꽃 많이 땄으니, 아이들은 예쁜 걸로 한참을 논다.
"이것보세요~ 놀러오세요~ 예쁘고 맛있는 거 있어요~"
꽃다발 만들고 꽃차도 만들고 꽃 케이크도 만들어 준다. 오늘은 감자꽃 파티가 열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