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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거름뿌리기.

땅을 토닥이는 일

by 선영언니

거름 뿌리기


길을 걷다가 아니면 운전중에 창문을 열었을 때 코를 찌르는 냄새로 놀란적이 있다. 이 오묘한 냄새를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이처럼 다들 한 번쯤은 거름 냄새를 맡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거름 냄새인지 모를 뿐이다. 농사로 몇해를 함께한 우리는 이제 거름 냄새로 계절을 알고 농사의 시기를 짐작한다. 작물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땅이 좋아야 한다. 거름은 말 그대로 작물을 잘 자라게 하기 위한 밑 작업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간단하지만 이 원리를 깨닫게 되는 데에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첫해에는 "우리는 있는 그대로 해 보자" 하며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했었다. 무지함이 무기였다고 해야 할까.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무조건 해로울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다. 밑 작업 없이 땅을 있는 그대로 사용했다. 지금 돌아보면 우리는 땅의 영양분은 채우지 않고 받기만 할 요량이었나보다. 그 해 땅에 그대로 심어 돌보기만 한 작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네 할머니들이 키우는 작물들과 너.무.나.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하지만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던 우리는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달라 의아하기만 했다. 이유도 모른체 작물들이 너무 작고 안 자라서 자꾸만 비교하기에 바빴다. 일 년이 지난 후, 그제서야 왜 이런거지? 라는 의문이 들었고, 우리도 농사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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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친화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진짜 농부인 지인에게 교육도 받고, 동네 어르신들에게 묻기도 했다. 그렇다고 완벽히 농사를 배웠다기보다는 알아가는 과정 정도이지만,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것도 신기하고 작물의 변화도 신기했다. 배움을 얻을수록 부끄러워지는 부분도 있었다. 인공적인 것은 무조건 적으로 배척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 그동안의 편견이 내 안에 쌓여있었던 모양이다. 무조건 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결코 좋은게 아니었구나. 깨닫는 순간이 많았다. 배움이 계속 될 수록 농사는 육아와 닮아있었다. 자유롭게 하되 사랑으로 바라봐야하고 좋은 땅에 원하는 영양분을 줘야 하지만 너무많은 양분은 독이 된다. 자칫 잘못하면 시들어버리지만 어느새 다시 꿋꿋하게 살아난다. 그 기본에 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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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을 심기 전 작물마다 원하는 영양소가 달라서 무엇을 심을지 정하고 거름을 뿌려두는 것이 좋다. 우리는 자연 비료를 뿌렸다. 한해는 그냥 땅 그대로. 한해는 자연 비료만. 자연 비료라는 말을 들어 본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생소하게 느껴졌다. 보통 비료라고만 하지 그곳에 또 다른 카테고리가 있을 줄은 몰랐다. 공장에서 나오는 비료가 모두 화학비료가 아니라는 것을 교육받은 후 알게 되었고, 삼 년 차에는 공장에서 나온 유기농 비료를 뿌리고 있다. 공장에서 나온다고 다 나쁜 것이라는 생각도 우리의 편견이었다. 머릿속에서 단어와 부정적인 이미지로 함께 굳혀졌었나 보다. 농사의 과정을 거치며 비료를 통해 제대로 된 앎과 새로운 경험으로 머릿속에서 올바른 지식으로 자리 잡는다.

아직 농사는 시작도 안했는데 느끼는 것이 많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배움을 얻는 것이 농사인가 싶었다. 자연스럽게 자라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알게 모르게 모든것이 함께 작용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가려내고 바르게보는 눈을 가져야 되는데 지금의 나는 아직이다. 연륜이 쌓여야 하는 걸까.

그 외에도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기도 하였다. 음식물 쓰레기를 각자의 집에서 모아오고 발효시키고 다시 밭에 뿌리고 모든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했다. 언젠가는 식사 후 아이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보물처럼 챙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이 반짝임으로 빛나보였다.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자원이 되는 순간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은 퇴비를 뿌리는 것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다. 아이들 눈에는 모든 것이 놀이다. 어른들도 기꺼이 동참한다. 우리도 언제나 아이와 함께 놀이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대신 ’어영차‘ 기합을 넣고 일어나야 하는 것은 필수다. 우리 밭 한 켠에 쌓인 퇴비 포대를 작물을 심을 땅에 하나씩 한 줄로 바닥에 줄을 세워놓는다. 비닐로 되어있는 포대 아래를 뚫어 퇴비가 나올 수 있도록 구멍을 만들어 주고 아이들은 퇴비 포대 앞에 한 명씩 자리를 잡는다. 눈빛만큼은 모두 금메달 감이다. 숨소리 조차 조심스럽게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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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땅! 하는 순간 아이들이 포대 양 끝을 잡고 달린다. 중간에 넘어지는 아이. 걷는 아이. 뛰는 아이.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 포대 버리고 뛰는 아이. 모두 제각각이다. 어느 하나같은 아이가 없다. 그 모습은 평소의 성격과도 닮아있다. 평소의 모습을 알고 있으니 그 아이가 하는 행동들이 이해가 되고 사랑스럽다.

이맘때쯤 바람에 날려 코를 괴롭히던 냄새가 이거였구나. 우리가 거름 뿌린 밭을 뒹굴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래도 웃고 웃는다. 그 날의 웃음소리와 냄새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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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다고 다가 아니다. 농사무지랭이인 우리들은 동네 고수들의 농사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거름을 뿌리고 분해되면서 나오는 가스를 날리고 기계로 땅을 갈아 부드럽게 해주신다. 하지만 우리는 기계도 없고 남는 건 인력뿐이라 뿌려둔 퇴비를 그냥 섞는다. 삽으로 땅을 파며 섞던 한 아이가 개구리다!! 외치는 순간. 모든 아이들이 몰려든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를 우리가 깨우다니. 어리둥절 개구리가 눈만 껌벅인다.

"너도 당황스럽지? 우리도 그래~"

아이고, 아이들이 개구리와 대화가 한창이구나.

"손에 너무 올려 놓으면 우리 손이 뜨거워서 개구리가 화상을 입는데~"

반가운 친구를 만난 거 같던 아이들이 어른들의 걱정의 말을 듣고선, 개구리를 가만히 있던 자리에 내려놓는다. 그러고는 한참을 이야기 하고 인사를 건넨다.

"봄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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