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시작도 못함
겨울엔 연날리기지. 바람 부는 어느날 모두 모여 연을 날린다. 우리가 오늘 연을 날린다는 소식이 하늘에 전해 진건지 강풍이 불어댄다. 연 날린다는 생각에 추위를 생각하지도 못하고 바람이 많이 불수록 입꼬리가 올라간다. 얼른 연을 준비해서 연에 소원을 적고 그림을 그린다. 나의 소원을 진지하게 적어나간다. 바람이 그칠까 급한 마음에 손을 빠르게 움직여 연에 마음을 담는다. 서로의 마음을 담는 작업을 마치고 저 멀리 높은 하늘에 마음을 띄워본다.
처음 연을 날리는 친구들은 여러 시도를 한다. 달리기도 해보고 줄은 짧게도 잡아보고 길게도 잡아보고 여러 시도 끝에 바람위에 연을 얻는다. 바람도 우리 마음을 알았는지 더세게 더세게 불어준다. 신나는 마음에 이거보라며 소리도 질러본다. 연이 떨어질까 눈을 떼지 못하고 실 한가닥에 모든걸 집중한다. 높이 높이 올라간 우리의 과한 욕심은 연을 저 멀리 날려버리기도 한다. 잃어버린 마음 보다는 어떻게하면 좋지라는 물음표로 생각한다. 속상한 마음보다는 연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나되어 연이 지나간 자리를 더듬어 본다. 함께 연을 따라, 연을 따라 가다보니 나무에 걸려있는 연을 발견했다. 날아갔던 마음이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다. 함께 찾은 연은 두고두고 이야기하는 우리의 추억거리가 되었다.
봄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한다. 빗자루로 먼지를 털어내고 태울 것은 태우고(작물의 마른 가지 등) 새로 페인트를 칠하기로 했다. 기존의 그림에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사진으로 남기고 어떤 추억이 함께 했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누구나 새로이 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설렘을 준다. 우리도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먼지를 뒤집어 쓰면서도 새롭게 단장할 마음에 설레임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 가득 미소가 고인다. 어떻게 꾸며나갈지 서로의 머릿속 그림이 다르니 각자의 생각을 스케치하여 함께 꾸미기로 했다. 각자 스케치북에 스케치를 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이야기가 사뭇 진지하다. 진지함에 비해 그림은 캐릭터나 귀여운 풀 정도 였지만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전해지니 그럴싸해 보였다. 그리고 본인의 그림은 마음에 드는 장소에 그려보기로 했다.
장소 선정도 다들 고심에 고심을 한다. 각자 의미 있는 곳을 선점했다. 가장 처음 싹이 난 곳, 멀리서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곳, 대문을 들어왔을 때 반겨줄만한 곳 등등 어른들은 생각지 못한 아이들의 시선이 마냥 귀여운 마음이라기 보다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 놀라웠다. 우선 깨끗하게 기존의 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각자가 선택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인간적인 감동은 순간적인 찰나였다. 아이들이 붓을 드는 순간 뭔가 불안함이 밀려온다. 역시나...
손도장 찍는 아이도 있고. 맘대로 안돼서 낑낑대는 아이가 있고. 자기 그림에 심취해 있는 아이도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은 미소로 변하고 점점 작품이 되어간다. 색을 섞고 그림을 그리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예술가가 되는 일이다.
아이들은 존재 자체로 예술가다.
예술도 좋다. 그렇지만.. 그럼에도..그래도 내 취향을 말하자면...
’음...나는 배경으로 흰색 페인트만 칠했을 때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하하..‘
내 취향은 조용히 마음속에 넣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