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고침
방학기간이 끝날 때까지 할 줄만 알았던 월, 수, 금마다 이루어지는 나의 학교 자습. 얼마 전 나는 그것을 그만두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는데,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말해보자면 첫째, 이동시간이 아깝고(왕복 1시간), 둘째, 다녀오면 오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공부를 안 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오묘한 기분의 원인을 나는 한동안 알 수 없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이 ‘하루가 끝난 것 같은 기분’ 임을 알게 되었다. 요컨대 학교에서 5시까지의 자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가 끝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었다. 수요일, 나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회사에 있는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동네에 있는 독서실 중 일인실이 있는 방을 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동네에 일인실이 있는 독서실은 한 군데밖에 없었다. 나머지 독서실들은 대부분이 오픈형, 모든 좌석이 통일되어 있는, 그런 식의 독서실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나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기를 바랬다.
—방학기간인데, 남는 방이 있을까?
이미 방학이 시작한 지 2주가 지난 시점에서, 과연 독서실의 일인용 방이 남아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다행히도 엄마에게 단 한 자리가 남아있다는 내용의 문자가 왔다. 나는 당장 예약해 달라고 했고, 그렇게 나의 새로운 방학생활이 시작되었다.
친구들을 통한 동기부여, 함께 밥을 먹을 때의 기쁨은 참 좋았지만, 보완해야 할 과목이 한두 개가 아닌 마당에 학교에서 다녀오자마자 기분이 풀리는 건 스스로에게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금요일, 나는 독서실에서의 첫 하루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 독서실의 문에는 ‘남성 일인실 매진’이라는 내용의 종이가 붙어 있었다. 와, 진짜 아슬아슬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인실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김치냉장고보다 조금 큰(?) 공간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는 것인데, 사방이 막혀 있어서 공부할 때의 몰입도는 상당했다. 스마트폰을 제출하는 시스템은 아쉬웠지만, 사실 카톡은 패드에도 있었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루틴은 학교와 비슷하게 가져갔다. 오전에 국어와 수학, 오후에 수학과 영어, 6시 이후에는 탐구. 원래 탐구는 학교가 끝나면 집에서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는데, 앞서 언급한 부분 때문에 이는 평소 잘 이루어지지 않았었다(오죽하면 집에서의 탐구 공부량에 부족함을 느끼고 학교에서 탐구를 한 적도 있었다). 이제 흐름의 끊김 없이 이어나갈 수 있었기에, 너무나도 좋았다. 독서실에서의 하루가 끝이 나고, 매우 흡족한 마음으로 집에 도착한 나는 이참에 방학이 끝나면 원래 하게 될 야자까지 그만두기로 했다. 그냥 이 독서실에서 수능 보는 그날까지 가보자,라고 생각했다. 야자는 11시까지지만, 독서실은 1시까지니, 11시 이후에 집에서 뻗을 바에는 한 시간이라도 더 하고 집에서 뻗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앞으로 며칠? 100일? 102일? 모르겠다. 딱히 카운트하고 싶지 않은데. 안 해도 다가오는 건 똑같고. 모르겠다. 100일 이 지나면, 나도 그때부터는 카운트를 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