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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지켜보는 자가 걷는 다음 걸음

by 데브라

지켜보는 자가 깊어지면
세상과 나를 구분하던 경계가 느슨해집니다.


슬픔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라
그저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이고,
생각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처럼 흘러가는 흐름이 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지켜보는 자조차 바라보이기 시작합니다.


관찰하는 마음을 바라보는 마음,
알고 있는 자를 알아차리는 자,
그 미묘한 움직임이 열리면
갑작스러운 확장이 찾아옵니다.


나라고 믿었던 중심이 투명해지고
그 투명함 뒤에서
형상 이전의 넓은 공간 하나가 느껴집니다.


옛 수행자들은
이 자리를 허라 했고, 불교는 공이라 불렀으며,
현대 물리학은 제로 포인트 필드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름을 붙여도
그 자리의 감각은 늘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자리.


지켜보는 자가 열어준 문 뒤에는
언제나 그 근원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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