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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작은 쉼터 10화

버스

by 오케야

이른 아침, 버스 문이 열리고 조용한 차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아무도 없는 공간. 맨 뒷자리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봤다. 바람이 살짝 흔들어 놓은 가로등 불빛이 도로 위로 퍼졌다. 문이 닫히고 차분한 엔진 소리가 잔잔하게 울렸다.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탔다. 서둘러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는 학생,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대화를 이어가는 직장인, 창가에 기대 졸고 있는 구 씨 성을 가진 여인. 같은 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각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었다.


버스는 다시 부드럽게 출발했다. 창밖에 풍경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도심을 벗어나자 건물들 사이로 틈틈이 나무들이 보였고, 조금 더 지나자 탁 트인 도로가 넓게 펼쳐졌다. 그 사이에도 승객들은 내리고 또 탔다. 어떤 이는 급하게 내리기도 했고, 어떤 이는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버스는 하나의 작은 세계였다. 잠깐 스쳐 가는 인연이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만남은 곧 헤어짐으로 이어졌다. 목적지에 다다르면,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해 이 세계를 떠나야 했다.


어느새 나의 목적지가 가까워졌다. 벨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이 열리자, 새로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에 서니 방금까지 함께했던 세계는 출발하여 순식간에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곧 다른 버스가 도착할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목적지, 또 다른 작은 세계가 내 앞에 펼쳐질 것이다.


나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 뒤, 천천히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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