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단어가 이렇게 가까웠던 때가 있었을까? 끝을 고민했던 순간에도, 죽음은 그저 막연한 탈출구였지 실체를 가진 공포는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한 순간, 그것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다가왔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은 상실감만이 아니었다. 숨이 턱 막히고, 보이지 않는 손이 내 어깨를 짓누르고 심장과 목을 조여 오는 감각. 무엇보다도, 죽음이란 것이 단순히 ‘무(無)’가 아니라, 그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나를 걷잡을 수 없이 덮쳤다. 나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죽음으로 향하는 그 길목, 고통과 두려움이 가득할 그 시간이 견딜 수 없이 무섭다.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삶이 버거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하지만 결국 나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짧지만 긴 순간이, 통제할 수 없는 감각과 공포가, 아무런 확신 없이 맞이해야 할 마지막 순간이 나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그 감정을 마주하고 있다. 죽음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지금,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내가 삶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삶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라면, 이 두려움조차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맞이할 그날까지, 나는 이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