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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작은 쉼터 11화

공포

by 오케야

죽음이란 단어가 이렇게 가까웠던 때가 있었을까? 끝을 고민했던 순간에도, 죽음은 그저 막연한 탈출구였지 실체를 가진 공포는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한 순간, 그것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다가왔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은 상실감만이 아니었다. 숨이 턱 막히고, 보이지 않는 손이 내 어깨를 짓누르고 심장과 목을 조여 오는 감각. 무엇보다도, 죽음이란 것이 단순히 ‘무(無)’가 아니라, 그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나를 걷잡을 수 없이 덮쳤다. 나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죽음으로 향하는 그 길목, 고통과 두려움이 가득할 그 시간이 견딜 수 없이 무섭다.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삶이 버거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하지만 결국 나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짧지만 긴 순간이, 통제할 수 없는 감각과 공포가, 아무런 확신 없이 맞이해야 할 마지막 순간이 나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그 감정을 마주하고 있다. 죽음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지금,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내가 삶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삶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라면, 이 두려움조차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맞이할 그날까지, 나는 이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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