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작은 쉼터 09화

걸음

by 오케야

어깨를 짓누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하루하루가 무겁게 느껴졌고, 매번 같은 일상은 덫처럼 나를 가둬 숨 막히게 하였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무거웠다. 그 무게를 누군가와 나눌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었다. 오히려 하루가 지날수록 무게는 늘어만 갔다.


모든 걸 내려놓는 건 편안해 보였지만, 그 아래 놓인 어둠이 보이지 않았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몰려왔다. 세상이 완전히 끊어진 뒤,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조차 내가 나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차라리 이 고통은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아프더라도 느껴진다는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이 무게를 짊어진 채 걸어간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흐릿한 구름 사이로 햇살 한 줄기가 땅으로 내리쬐고 있었다. 어딘가로 날아가는 작고 까만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 새에게도 무게가 있을까? 아니면 나는 나의 감정을 세상 위에 덧씌우고 있는 걸까?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밀려들어와 시끄러워졌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 무게가 나를 완전히 가라앉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았다.


그 무게는 어쩌면 나를 붙잡고 있는 동시에 나를 앞으로 이끄는 힘일지도 모른다. 마치 작은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날갯짓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더 이상 걷는 것이 싫다."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 소음은 사라지지 않았어.”


걸음을 옮겼다. 발밑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땅, 스치는 바람, 그리고 내 앞에 펼쳐진 길이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어쩌면, 이 무게를 조금 더 견뎌봐도 괜찮지 않을까.

keyword
이전 08화물 웅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