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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맞이하는 생일

내가 축하해주는 나의 특별한 생일 파티

by 도심 Mar 26. 2025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명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일이라는 특별한 하루는 각자의 품에서 온기를 가지고 자란다. 생일은 친한 친구, 지인, 가족, 반려동물까지 다양하게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 기록을 해가면서까지 기억하려고 한다. 생일이란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일지라도 나 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날이 아닐 수 없다. 아빠와 엄마의 DNA가 만나 세포가 분열해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게 된 특별한 날이다. 그런 특별한 날을 나는 죽을 때까지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바쁜 일상에 치어서 살면 가끔 생일을 잊을 때도 있지만 자신의 생일은 잊지 않는다. 다만 외부적으로 티를 내는 사람도 있기도 하고 아닌 사람도 있을 뿐이다.


친구들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해본 기억은 중학교 때가 마지막인 것 같다. 이렇게만 말하면 왕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고 고등학교 이후로는 그냥 친한 친구들과 기념으로 같이 맛있는 밥 한 끼 먹는 게 전부였다. 사회에 나와서는 더 간소화되었다. 가족 간의 축하는 전화 한 통 혹은 문자 한 통으로 마음을 전했고 친구들과는 기프티콘을 나누는 일이 생일 축하 파티나 다름없었다. 물론 지금 생일 파티를 지인들이 성대하게 열어준다고 해도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서 하지 말라고 말할 것은 틀림없다.


모순이다. 나의 생일 파티가 간소화되는 건 당연하게 여겼으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챙겨주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다. 생일상을 직접 차려준 적도 많고, 좋아할 만한 선물이나, 케이크, 꽃처럼 사물로서 마음의 표현을 대신하고자 했다. 상대방이 좋아하면 나도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정작 하나뿐인 아버지의 생신상을 직접 챙겨드려 본 기억은 어렸을 때를 제외하면 없다. 그나마 작년에 아버지의 환갑을 맞이하여 같이 맛있는 밥을 먹고 가족사진을 처음으로 찍어본 것이 전부다. 누군가에게는 흔하디 흔한 생일상이지만 어쩌면 내 아버지에겐 흔하지 않은 일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다음 주 월요일에 아버지 생신이 돌아오는데 같이 여생을 보내시는 분과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하셨다. 그래서 미역국 대신 소정의 현금으로 미리 마음을 대신했고 당일에 전화 한 통 걸어서 아버지 덕분에 태어나고 건강하게 자라 지금까지 살아왔노라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릴 예정이다. 사실 오늘 아침 카톡으로도 생일을 축하한다며 과거에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 자신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이미 생신 때 전해드릴 말을 글로나마 미리 전달했다.


여태껏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매년 돌아오는 3월 26일이라는 날은 내가 기억하는 한 내 생일이 가장 작은 의미였다. 2010년 현역 생일날 겪었던 천안함 사건, 내가 세상에 없을 때이긴 해도 조선을 좋아하는 내가 왠지 기억 속에 강하게 박힌 안중근 의사님의 돌아가신 날 다음으로 내가 태어난 생일로 기억했었다. 심지어 결혼 생활을 잠깐 했던 그때도 당시의 가족이 파티를 해줬었지만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뻐하는 법을 몰랐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는 노홍철 님의 생활 방식이다. 매년 자신의 생일이 되면 좋아하는 외국에 나가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생일을 자축한다고 하셨다.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나만의 길을 가지만 노홍철 님과 비슷한 마음으로 한번 사는 인생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려는 내게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동기부여가 될 만한 가장 좋은 날이 생일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그래서 올해 생일에는 국내 여행을 계획했다가 내일 현실의 일을 봐야 하는 일이 생겨서 급히 계획을 변경해 내가 해주는 내 생일 파티를 기획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내가 좋아하는 야구장으로 가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올 예정이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혼자만의 파티는 어색하면서도 웃음이 났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을 챙겨주던 비슷한 기분도 들었다. 케이크를 사고, 고기를 굽고, 미역국을 끓여 소소하지만 37년 인생에 처음 해보는 나 혼자만의 생일 파티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외로워 보이고 안쓰러워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남의 시선에서 또 나를 바라봐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생일상을 차려ㅡ메인 사진ㅡ 초에 불을 붙이고 내 이름을 넣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바람을 불어 케이크에 꽂힌 초를 끄는 일련의 과정 내내 그랬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내가 바라본 오늘의 나는 감격과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남들이 보기에 외로워 보이고 안쓰러워서 드는 울컥한 감정이 아니라 이제야 해주는 오직 내가 나를 위한 생일 파티가 미안했다. 세상에 태어난 기쁘고 특별한 하루를 단 한 번도 내 손으로 내 마음을 다해서 나를 축하해줘 본 적 없었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미안한 마음을 받아들이니 이내 기분이 다시 괜찮아졌다. 내 생일을 온전히 축하해 주기까지 3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는데 앞으로는 매년 특별하게 보낼 하루의 계획을 짜면서 행복해질 것 같다. 살아가면서 다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되면 똑같은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축하해줄 여유도 생겼다.


지금도 바쁘다는 핑계로, 현생을 핑계로 별거 아닌 듯 생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온전히 나의 방법이 무조건 맞다는 말은 못 하겠다. 나만의 방법이 누군가에겐 사무치는 외로움을 선사할 수도 있고 인생은 똑같이 살아가는 사람이 없는데 같은 방법으로 해본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낄 거라는 보장도 없기에 그렇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생일’이라는 특별한 하루를 죽을 때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은 오로지 나 하나라는 사실이며 그런 하루를 자신이 마음을 열고 축하해주지 못한다면 그 누가 축하 인사를 보낸다고 해도 행복한 마음이 들어올 틈이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한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365일 중 단 하나뿐인 오늘이다.  

   

2025년에 특별하게 기억될 소중한 오늘을 기록하고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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