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시야를 벗어 나기
고민이 있을 때마다 깊은 생각에 빠진다.
한참을 고민의 수영장에서 헤엄치다 보면, 어느새 내 몸이 젖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이 하나도 없던 수영장에 저절로 물이 차오르고 점점 수심이 깊어져 몸을 적시며 끝내는 호흡마저 힘들게 만든다. 호흡을 할 수 없다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그렇기에 고민이란 절대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눈앞에 닥친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에 너무 매몰되어 있다는 것 또한 현실과의 괴리를 만든다.
마법 같은 단어가 이럴 때 꼭 등장한다. '적당히'
대체 그 '적당히'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을까?
재밌으면서도, 짜증 나기도 하면서도, 알고 싶다는 탐구욕까지 불러일으킨다.
적당히란 대체 얼만큼이라는 말인가... 인생을 살다 보면 정말 많은 상황에서 활용된다.
의, 식, 주 같은 실생활에서도 나타나고, 사랑과 우정 같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의 정도에도 사용된다.
그럼에도 아직도 적당히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대략적인 자신의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적당히를 판단한다. 절대 타인과 같지 못하다. 비슷은 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절댓값은 다르다.
연애 전의 썸의 단계에서 나는 이 정도가 적당하게 표현했다고 믿었는데, 상대방은 부담을 느끼고 도망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저마다 본인의 마음을 다치지 않을 만큼의 방어기제를 마련해 둔다. 적당히 했지만 적당하지 못하다고 여기고 떠나는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점점 길어질수록 자아가 강화되고, 신념이 생기며, 믿음이 생기고, 자신만의 시야가 생긴다. 이건 맹목적인 믿음이다. 설령 가족이라고 해도 쉽게 이해하거나, 깨트리지 못하는 강한 존재다.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런 강한 믿음이 있어야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남들과 모두 똑같은 시야를 가지고 똑같은 삶을 산다면 그 어떤 것도 선도할 수 없고, 지금 우리가 주변에 쉽게 마주하는 대기업 로고들을 보지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신념이라고 해서 꼭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내 몸에 맞는 옷이 있고, 안 맞는 옷이 있듯이 성공한 사람의 티셔츠라고 해서 내 몸에 꼭 맞을 거라는 기대는 사실하지 않아야 하는 게 맞다.
특별한 방식으로 유행을 주도하고,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선도하는 사람이어야만 성공하는 인생이 아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도 성공한 인생이다.
성공한 사람 중 일부는 자신만의 방식이 마치 운명인 듯이 설파하기도 한다.
그것을 따르는 추종자가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기는 한데, 내가 그 사람과 똑같은 길을 간다고 해서 절대 같은 위치에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야만 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
예를 들어보자면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주변인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만의 믿음에 빠져 흔들리지 않는다. 또한 아무리 많은 사람이 말려도 헤어 나오지 못한다. 자기 자신이 직접 피부로 깨닫기 전에는 말이다.
완전히 말라버린 사막에 모든 사람의 눈에 보이는 오아시스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달려들어 생명수로 목을 축이고 있을 때도, 자신만의 맹목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은 물을 마시지 않는다. 혹여 잘못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여기서 또다시 마법의 단어가 등장할 시간이다.
'적당히' 믿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운명처럼 듣고 활용하려 들지 말고, 자신만의 색깔로, 방법으로 녹여서 필요한 부분만 활용하면 되고, 절대 대다수의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것들은 따라가는 용기도 필요하다.
가끔 있는 사례들을 짚어보자면 늑대와 자란 아이는 사람이지만 늑대처럼 행동하고, 자신이 늑대인 줄 안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요즘 같은 시대에 SNS를 통해서도 가끔 자신들이 사람인 줄 착각하는 귀여운 동물들도 있다. 비단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는 보이는 것에 의한 것을 믿고 따른다는 사실인 것이다.
적당히 믿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내 마음의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실행하면 된다.
보기보다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계획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실행력이 없는 이유 중 하나도 애초에 '나는 안될 거야'라는 밑바탕이 깔리기 때문이다.
바탕은 곧 합리화로 이어지고, 염세주의로 이어지기 쉽다.
적당히.. 란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게 잘 부여잡고 있는 사람. 혹은 그런 존재
라고 결론짓고 싶다.
고요한 물이 세상을 적신다.
정수윤세(靜水潤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