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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아시나요

그 긴 습작의 시간 3부 : 가야 할 길, 순응의 길

by 김덕용



[ 고독을 아시나요 ]



꿈속에 그려지는 그림자

광고모델의 맵시처럼 현혹스러워요

가지런히 다문 입술 사이로

의미 짙은 미소 흐르고

무엇을 주시하는 눈동자이길래

요렇게도 영롱(玲瓏)하냐며

다그쳐 물어도 냉가슴인 것을

그저 수수한 사연이라면

애당초 슬프지는 않을 게고

소리 다듬어 울어야 속이 풀릴 거여요


허전함이 깃든 공간 사이로

외로움이 요란스레 느껴질 때

함께 거닐던 오솔길이

불현듯이 무척이나 그리워요

낙엽은 발걸음 자국마다 아우성치고

살결을 후비는 스산한 바람에

힘겨운 어깨를 떨구면

문득 미로 같은 영상으로

감미로운 전율이 용솟음쳐간

뒤안길이 애처로워 그저 바라보았죠

거기엔 마지막 쓸리어질

잎새만이 홀로 울고 있어요


을씨년스레 깃든 이 계절에

방황하는 작은 별 하나

깜박이는 가로등 되어 서성이고

호젓해 서글픈 시인은

허공의 철새처럼 둥지를 잃었어요

황혼이 짙어 오는 예배당

십자가에 땅거미 깔리고

산사의 독경 소리 은은히 들려오는데

그대는 아시나요 쓸쓸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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