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긴 습작의 시간 3부 : 가야 할 길, 순응의 길
[ 미련 두고 온 계절 ]
무엇이기에 투명의 빛을 퍼트리고
보일락말락 하냐며 물어볼 일이건만
머뭇거리다 흐느낌도 한두 번으로 족한데
자질구레 넘긴 변명이 말 같지 않아
꼴사납게 거슬려 측은스럽다
움츠린 어깨너머 어두운 그림자 따라
터벅거리는 발자국 사이
고뇌 서린 사색도 즐겁다지만
근원 모를 토막 난 망상들 잔재주 부리고
우러러 하늘 가장자리 꿈의 나랠 잊었나
자욱이 나린 안개꽃처럼
장막 가린 무대 뒤꼍으로 슬픈 설움에 노래
하얀 이슬 맺힐 저 먼 날의 자화상이여
보람 찾아 헤맬 필요를 모르는 시절
기다리다 지친 추태가 밉살스러울까?
꾸밈없는 투박함에 구수한 향내 드리우고
주저앉을 몸놀림에 발맞춰
춤을 추자던 젊은 날에 다짐이여
소스라치게 놀라 자빠질 사연이야 많겠지만
부풀어 오른 풍선에 두둥실 띄워라
망설이는 심정이야 오죽하랴만
미련 두고 서성이기엔 너무 늦은 계절
지쳐 쓰러질 그 날까지
피와 땀 내음에 얼룩진 불모지를
힘찬 노래로 알차게 다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