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흙 속에서 천천히 끌려 나왔다.
차갑고 낯선 공기가 피부를 스쳤고,
몸은 거칠게 찢겼다.
예리하게 깎인 철근이 그의 몸을 꿰뚫었다.
비명을 낼 수조차 없는 고통.
그는 그저 몸을 뒤틀며 견딜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그는 물속으로 떨어졌다.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는 움직였다.
고통을 끝내줄 존재를 부르듯,
물속에서 부드럽게 몸을 흔들었다.
그건 춤이라기보다는,
마지막 남은 구원의 몸짓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몸짓이 또 다른 생명을 유혹한다는 것을.
자신이 바라는 끝은,
누군가에게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를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가 드리울 때마다 발버둥쳤다.
그들이 놀라 도망치길 바랐다.
자신과 같은 고통이 더는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그러나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림자들은 여전히 그를 향해 다가왔고,
몇몇은 겁을 먹고 도망쳤지만, 또 다른 이들은 망설였다.
필사적인 그의 경고는 의미가 되지 않았다.
결국 모든 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걸 받아들였다.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더 이상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눈물만이 퍼져나갈 뿐이었다.
침묵 속에 스스로를 가라앉히며,
마치 나무토막이 된 것처럼,
움직임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이,
물속 깊이 가라앉게 되었다.
더는 눈물을 흘리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는 천천히 끌려올라갔다.
하늘이 가까워졌고, 물이 멀어졌다.
거친 손이 그의 몸을 들어 올렸다.
“에잉... 이놈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네?
다른 놈으로 바꿔야겠다."
그제서야 그는 철근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찢겨진 살점은 땅 위에 내던져졌다.
차갑고 젖은 손길은 몸부림치는 새로운 몸을 꺼냈다.
예리한 철근에 몸이 꿰어지는 순간,
물속은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