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남긴 마지막 모습
공간의 문이 열린 적은 없었다.
그러나 피고들은 하나둘 끌려 들어왔다.
그들의 발은 땅을 딛지 못했고, 손에는 쇠사슬도 채워지지 않았다.
대신 영혼을 묶는 빛줄기가 하늘에서 뻗어 내려, 그들을 자리로 끌어당겼다.
형체가 온전한 자는 드물었다.
어떤 자는 절반만 남은 얼굴을 흔들며 들어왔고,
어떤 자는 하얀 연기 같은 채로 갈라졌다 붙기를 반복했다.
죄가 무겁고 깊을수록, 영혼은 더 조각나 있었다.
재판관은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선언했다.
“지금부터 영혼 재판을 시작합니다.”
좌중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죄는 단순히 죽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대들이 저지른 행위는 생명에, 문명에, 시간에 흔적을 남겼으며, 흔적을 따라 영혼은 판결을 받게 될 것입니다."
재판관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려 퍼졌다.
“그대들은 모두 벌레의 형상으로 환생할 것입니다.”
순간 좌중이 술렁였다.
빛으로 된 존재들은 고개를 숙였고, 그림자의 무리들은 몸을 떨었으며,
인간의 형상을 한 영혼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
“또 벌레인가... 다시 같은 판결인가...”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재판정은 무겁게 흔들렸다.
그러나 재판관은 그 소란을 잠시 지켜보다가 답했다.
“아돌프 히틀러. 그 영혼은 모두가 기억하고 있지요.”
순간 좌중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그 이름에 과거의 재앙이었고 사라지지 않는 악몽이었다.
허공에 영상이 펼쳐졌다.
광장의 환호, 강철 제국의 행진, 불길 속에서 무너지는 건물,
아이를 안은 채 끌려가는 어머니, 차갑게 닫히는 가스실의 문...
좌중이 웅성거렸다.
재판관은 영상을 닫고 말을 이어나갔다.
“단지 살육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문명 자체의 방향을 왜곡시켰습니다.
천천히 배워야 할 문명의 발전을 불균형하게 가속시켰지요.
인간의 발걸음을 앞당겼지만 동시에 지구의 생명을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정적이 흘렀다.
“...우리는 그 때 너무 감정적으로 서둘러 판결했습니다.
그의 혼을 갈기갈기 찟어 모기 수십억 개체로 환생시켰습니다.”
영상이 바뀌었다. 전후의 그리스, 1946년. 강가와 늪지에 검은 구름처럼 일어난 모기 떼. 병상에 누워 열에 들떠 신음하는 아이들, 절망하는 사람들...
“200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었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무수한 시간을 소모했습니다. 약과 백신을 준비하는 동안, 또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졌습니다. 그의 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병이 되어, 그림자가 되어, 그 후의 세대를 따라갔습니다.”
재판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그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는 러브버그입니다.”
좌중이 고개를 갸웃했다. 러브버그. 작은 곤충, 붉은 머리에 검은 몸, 짝을 지어 배를 맞대고 날아다니는 벌레. 인간에게 해롭지 않고, 다만 여름철에 성가신 존재로 남을 뿐인 생물.
재판관은 설명을 덧붙였다.
“러브버그는 병을 옮기지 않습니다. 공기와 흙, 생명에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그저 짝을 찾아 떠돌며 햇살 속에서 잠시 흔적을 남길 뿐이지요. 성가심은 남을지언정, 재앙은 남기지 않습니다.”
재판관은 마침내 선고했다.
“피고들의 영혼은 조각날 것입니다. 감정은 미미하게 남고, 업은 자잘하게 흩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몸은 남습니다. 곤충의 형태로, 흙 위에. 그곳에서 흩어진 작은 혼들이 정화되어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판결을 선고합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빛줄기가 쏟아지며 영혼은 잘려나갔다.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수없이 쪼개져, 티끌처럼 흩어졌다. 단말마도, 울부짖음도 없었다.
재판관은 눈을 감았다.
“이상으로 판결을 종료합니다. 다음은 식별번호 001C9—”
푸른 하늘,
작은 빛의 파편이 모여들더니, 두 마리의 벌레가 나타났다.
서로를 향해 날아가더니 배를 맞댄 채 멈춰 섰다.
러브버그의 작은 날개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황금빛 파편처럼 흩날리며 허공에 맺힌 그들의 몸짓은 너무도 평화로웠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햇살이 그들을 스쳐갔고, 바람에 실려 위로 위로 날아올랐다.
이리저리 흔들리며 흙 냄새와 풀 냄새가 스며든 공기를 가로질렀다.
멀리에서 새가 지저귀었다.
풀잎이 흔들렸다.
작은 날개가 햇살 속에서 번쩍일 때마다, 먼지와 빛이 함께 춤추었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저승은 영혼을 단죄했지만, 땅 위의 삶은 여전히 무심하게 아름다웠다.
그것이 바로, 영혼의 죄가 남긴 마지막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