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의 불빛 아래, 검은 양복의 악마 둘이 잔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후~ 오늘 술은 유난히 쓰구만.”
“아직도 술맛을 따지나? 우리는 인간의 욕망을 먹는 자들이잖아.
결국 인간의 감정을 안주 삼아 마시는 거지. 거기에 인간이 만든 술까지 곁들이니 참 아이러니 하구만?”
악마는 씁쓸히 웃었다.
“예전처럼 간절히 울부짖는 인간이 줄었어. 기도도, 저주도, 욕망도 시들해. 먹이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지.”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잔을 내려놓았다.
“천사들은 좋겠다. 그들은 철저하게 배급제라며?”
다른 악마가 술을 채우며 피식 웃었다.
“맞아. 정해진 규율대로만 하면 인간들이 멸종해도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없지.”
맞은편의 악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우리는 달라. 인간이 없으면 우리도 생존할 수 없어.
그래서 개입할 수밖에 없지. 전쟁을 부추기고 탐욕을 키우면서도 인간의 소멸은 원치않아.”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인간은 그걸 ‘하늘의 뜻’이라 부르더라. 정작 하늘은 침묵했는데, 사실은 우리가 계산한 건데도.”
“역병 때도 그랬지. 아마 천사들이 살린 숫자보다 우리가 살린 숫자가 많을껄?”
비운 잔을 내려놓은 악마가 말했다.
“그러니 헷갈린다. 선은 의도로 정해지는 걸까, 결과로 정해지는 걸까?
천사는 고결한 의도로 인간을 방치하고, 우리는 이기적 의도로 인간을 살려내는데?”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른 악마가 잔을 기울이며 웃었다.
“결국 우리와 천사, 이름만 다를 뿐 아니겠나.”
그때 술집 문이 삐걱 열렸다.
흰 옷을 입은 두 천사가 들어왔다.
악마들은 잔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봤다. 천사들은 마치 오래된 동료처럼 악마들의 테이블에 자리잡았다.
“여기들 있었군.”
천사 하나가 낮게 말했다.
악마가 비웃으며 잔을 들었다.
“천사가 술집에? 너희처럼 이성적인 자들이 술에 기댄다고?”
천사는 씁쓸히 웃으며 술을 마셨다.
“너희만 힘든 줄 아느냐.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며 일한다.
인간의 눈물과 웃음을 다 보지만, 함께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지. 이곳이 유일한 휴식처다.”
옆의 천사가 덧붙였다.
“우리가 무너지면 인간은 더 쉽게 절망할 테니까. 억누르는 건 고결해서가 아니라... 두려워서다.”
악마가 코웃음을 쳤다.
“결국 너희도 감옥에 갇힌 거나 다르지 않군.”
또 다른 악마가 낮게 웃었다.
“뭐 어쩌겠어? 인간을 위해 움직이든, 인간 때문에 살아가든... 이름만 다를 뿐이지.”
네 잔이 부딪히며 울림을 만들어냈다.
잔소리가 잦아들자 악마가 중얼거렸다.
“결국 이런 대화를 누군가는 글로 적어두겠지. 인간은 그걸 ‘이야기’라 부르고, 언젠가는 ‘에필로그’로 끝나겠지.”
천사가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하지만 에필로그는 끝이 아니다. 잠깐의 쉼표일 뿐이지. 종말처럼 보여도 그 속에서 새로움이 시작된다.”
악마가 낮게 웃었다.
“그렇지. 에필로그는 끝이자 새로운 시작점이지.”
마지막 천사가 덧붙였다.
“그러니 우리의 이야기, 인간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이름만 바뀔 뿐이다.”
불빛 아래서 네 잔이 다시 부딪혔다.
그 소리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새로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였다.
이렇게 1부의 끝을 냅니다.
2부는 이방인들의 시선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계속 될 예정입니다.
혹시나 약간의 여유가 있으시다면 '현대를 사는 이방인들'의 평가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나무와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평가와 피드백이 저에게는 비료이자 약이 될 것입니다.
1부를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