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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인간의 심장

by 장발그놈

늘 비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웃을 때 그는 그저 입꼬리의 움직임만 보았다.

사람들이 울 때 그는 그저 눈가에 고인 물방울만 볼 수 있었다.

그 어떤 표정에서도 사람들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답지 못하다고, 스스로를 '양철인간'이라 불렀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걸까.”


그는 숲 속 오두막에 앉아 수없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늘 곁에 있던 단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긴 세월 동안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기뻐하지 않아도, 눈물을 보이지 않아도,

끝없이, 쉼 없이, 조용히 바라보았다.

“넌 마음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나는 네 마음을 찾을거라는걸 항상 믿고 있단다.”


어머니는 늘 그렇게 속삭였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따뜻한 소리로만 들렸고, 의미는 닿지 않았다.

그는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노트에 사람들의 표정을 기록하고, 말투의 변화, 눈빛의 흔들림을 적었다.

“웃음은 언제 나오지?”

“눈물이 흐를 때는 어떤 말이 필요하지?”


노트는 시간이 갈수록 쌓여갔지만 여전히 변화는 없었다.

“나는 결국 진짜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걸까.”


그가 절망하며 말했을 때, 어머니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넌 반드시 붙잡을 거야. 아주 작은 한 끝이라도.”


그는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떠올렸다.

심장이 없어 감정을 알지 못했던 양철 나뭇꾼.

마법사가 진짜 심장을 주지는 않았지만,

양철 나뭇꾼은 톱밥을 넣은 비단주머니를 가슴에 품고 기뻐했다.


그 장면이 늘 부러웠다.

‘나는 그조차 없구나. 가짜 심장이라도 나에겐 주어지지 않았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더욱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는 오두막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오래전부터 변함이 없었다.

그는 문득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 끝없이 나를 바라보는 거지?”


순간, 알 수 없는 파문이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일었다.

어머니의 눈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눈빛.

텅 빈 깡통이라고 믿었던 그 얼굴이,

부끄러움과 두려움, 열망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흔들리는걸 느꼈다.

‘나는 비어 있지 않았구나. 양철 나뭇꾼에게 느낀 부러움, 어머니의 눈빛에서 느낀 흔들림...

그게 감정이었어...'


양철 나뭇꾼이 모형 심장을 붙잡으며 기뻐했던 그 순간처럼,

마음의 작은 움직임을 붙잡았다.

그는 어머니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아이가 처음으로 걸음마를 할때처럼 떨리는 발걸음으로...

마침내 어머니 앞에 멈춰서고 그는 어머니를 꼭 끌어안았다.


그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서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렇게 끝없이 바라봐 주었기에, 내 안에 뭔가가 있다는 걸 알것 같아.”


어머니는 미소 지었다.

“그게 바로 네 마음이란다.

너는 이제 겨우 한 끝을 잡았구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마음은 서툴고 불완전했지만,

그 작은 끝 하나가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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