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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

by 장발그놈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늘 자신보다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움직였다.

허기진 이를 보면 주머니 속 빵을 건네주었고, 힘없이 주저앉은 이를 보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웠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며,

“참 착한 사람이야”


라고 말했고, 그 말에 부끄럽게 웃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돕고 싶다는 마음뿐이었고, 도움을 주는 순간마다 자신의 마음도 함께 따뜻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속에는 새로운 생각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도움을 줄 때마다 속으로 은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같이 착한 사람이 또 있을까?

세상에서 진짜 착한 사람은 바로 나야.

나 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짜 착한 사람이지.”


스스로를 향한 칭찬은 달콤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항상 남을 돕고 난 후에는 알지 못할 허전함이 마음 한켠에 남았다.

칭찬을 들어도 공허했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말도 마음을 채우지 못했다.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주지 않아서 그런 걸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고마워한다는 말은 하지만, 정말 진심일까?

내가 너무 착해서 느끼는 감정일까?”

"나는 분명 착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허전할까?"


허전함은 점점 깊어졌고, 결국 남을 돕는 일조차 버거워졌다.

예전에는 기쁨이었던 일이 이제는 의무처럼 느껴졌고,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더 이상 사람들 속에서 견딜 수 없던 어느날 아침,

습관처럼 일어나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로 향했다.

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신 뒤 고개를 들었을 때,

거울 속에 낯선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피곤에 지친 얼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선을 오래 두자, 그 얼굴이 서서히 다른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넌 주면서 우월감을 바라고 있었구나.

그건 나눔이 아니야. 거래일 뿐이란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여지껏 해온 선행의 장면들이 거울 속에서 되살아났다.

손을 내밀며, 빵을 건네며, 속으로 늘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너보다 착한 사람이야. 나는 너보다 훌륭한 사람이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건 나눔이 아니라 스스로를 높이고 싶었던 욕망이었다.

거울 속의 얼굴은 다시 속삭였다.

“진짜 나눔은 바라지 않을 때 가장 빛나는 거야.

네가 바라는 순간, 그것은 베풂이 아니게 된단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껏 자신이 해 온 모든 행동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마음 깊은 곳으로 스며드는 그 말을 곱씹었다.


‘진짜 나눔은 타인의 반응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구나.

칭찬이나 인정, 고마움 같은 말이 돌아오지 않아도, 나눔은 나눔일 수 있구나.

나눔은 내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에서 비롯되는 것이구나.’


이제 더 이상 억지로 주려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 애쓰지도 않았다.

그 대신 매일의 삶을 성실히 살아내고,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려 했다.


무언가를 주면서도 ‘나는 착한 사람이다’라고 되뇌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고, 그 안에서 다시 고요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주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은총이었음을.

보람은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저절로 드러나는 것임을.


그날 이후 그는 더 이상 공허하지 않았다.

마음에서 흘러나온 따뜻함은 조용히 주변을 감쌌고,

돌려받음을 바라지 않아도, 애써 성장하려 하지 않아도,

이미 세상과 나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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