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래의 꿈
작고 통통한 애벌레는 초록빛 잎사귀 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온종일 먹고, 쉬고, 또 먹으며,
'내 삶은 이걸로 충분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애벌레는 자신 안에서 이상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대로만 살 순 없을 거야. 너의 진짜 모습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어."
깜짝 놀란 애벌레는 몸을 움찔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말을 건넨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야? 누구 거기 있어?”
아무리 물어도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그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의 너는 시작일 뿐이야. 네 안에 새로운 세계가 잠들어 있어. 그 세계를 깨우고 싶지 않니?"
애벌레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냥 애벌레잖아. 잎사귀를 먹고 사는 게 내 전부라고. 그런데 그걸 포기하라고?"
그때, 목소리가 대답했다.
"포기하는 게 아니야. 지금의 너를 녹여서 더 큰 너를 만들자는 거야."
애벌레는 혼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가 녹는다고? 그럼 지금의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는 거잖아.'
숨이 가빠지고, 잎사귀에 매달린 작은 다리가 떨렸다.
마치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목소리는 계속 애벌레에게 말을 걸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는 거야. 너는 이미 준비되어 있어. 네 안에는 날개가 있어."
애벌레는 가만히 귀 기울였다.
그 목소리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게 아니었다.
두렵고 혼란스러워 외면해왔지만, 분명히 자신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내면 깊숙이 숨어 있던 또 다른 자신이, 용기를 내어 속삭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면의 소리를 믿어보기로 한 애벌레는 조용히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 몸을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 번데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번데기 안으로 들어가자, 애벌레는 자신의 몸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 감각은 낯설었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녹아내리는 동안 그는 자신이 잊고 있던 부분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나는 단순한 애벌레가 아니었어. 나는 항상 나비가 될 운명이었어. 내 안에는 날개를 만들 준비가 되어있었어."
번데기 안에서 흐릿했던 그의 모습은 점점 더 뚜렷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녹아내린 자신의 몸은 새로운 날개와 다리가 되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번데기의 껍질이 열렸다.
햇빛이 비치고, 바람이 불었다.
그는 천천히 날개를 펼쳤다.
"그래 이게 바로 내 진짜 모습이었어..."
믿기 힘들 정도로 가볍고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나비는 숲 위로 날아올랐다.
땅 위에서 잎사귀만 바라보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 그는 하늘을 품은 존재가 되었다.
그는 여전히 잎사귀에 매달린 친구들을 내려다보며 속삭였다.
“두려워하지 마. 너희 안에도 날개가 있어.
잎사귀에 머무는 삶이 전부가 아니야.
네가 믿는 순간, 너 또한 하늘로 오를 수 있을 거야.”
그 말과 함께 그의 날갯짓은 숲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의 날갯짓은 숲의 고요를 깨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