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편지 세 통을 들고 길을 걷고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 속 메시지가 세상을 대신하는 시대에,
곱게 접힌 봉투를 손에 쥐고 걷는 모습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 구석 자리에 앉았다.
주문한 커피를 가지고 자리에 앉은 후, 남자는 조용히 펜을 꺼내 들었다.
첫 번째 편지를 쓸 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마치 잊고 있던 어떤 장면을 떠올리는 듯,
종이 위에 부드럽게 단어들이 내려앉았다.
두 번째 편지를 쓸 때는 오래 머뭇거렸다.
한 줄을 쓰고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종이 위에 단어를 이어갔다.
생각의 끈을 더듬어 잡아당기듯 신중한 손길이 이어졌다.
마지막 한 장은 계속 펜을 들었다 놨다하였다.
커피가 다 식는 동안 끝내 아무 말도 적지 못했다.
그저 빈 편지지를 곱게 접을 뿐이었다.
편지를 마칠 때마다 그는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봉투에 넣고, 풀칠을 하고, 단단히 눌러 봉하는 일.
봉투가 닫히는 순간마다, 글을 쓰던 표정과 마음들이 함께 봉해지는 듯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옆자리의 한 손님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다.
“저기요, 실례가 아니라면... 편지 세 통은 누구에게 보내시는 건가요?”
남자는 잠시 눈길을 봉투에 두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한 장은, 과거의 나에게.
한 장은,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그리고 남은 한 장은…”
그는 화면 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이어갔다.
“...바로 지금 나를 바라봐주는 그대,
당신에게 드리는 편지입니다.”
옆자리 손님이 그를 향해 다시 물었다.
“근데 말입니다... 세 통의 편지 중 어떤 얼굴로 쓴 게 지금 당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위한 편지입니까?”
그는 손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봤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이윽고 그의 입가에 씨익, 미소가 번졌다.
그는 그대로 화면 밖을 바라보며,
“그건... 읽는 분들의 선택이죠.”
'한잔의 작은 동화'는 제가 우울증에 걸려 책조차 읽을 수 없던 시절, 저를 구원해 준 아이들의 작은 동화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짧은 글 속에서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고, 아주 작은 희망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 날들을 떠올리며, 저 또한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짧은 동화들을 적어왔습니다.
이 글들이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편지를 건네받으신 입장에서, 마지막 편지의 내용이 여러분의 이야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