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오 자본주의여!

by 장발그놈

웅장한 학술 대강당은 카메라 플래시와 사람들의 술렁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각국의 언론사 기자들이 앞다투어 자리를 차지했고, 연구원과 학자들은 메모를 하며 속삭였다. 객석 곳곳에서는 흥분과 경이로움, 그리고 미묘한 불안이 교차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때, 한 과학자가 천천히 단상 위로 걸어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확신이 가득했고, 걸음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잠시 침묵을 유지한 뒤, 그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인류는 초자연적 현상을 증명하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순간, 대강당은 숨을 죽였다.


과학자는 무대 한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천천히 덮개를 걷었다. 투명한 구체가 조명을 받아 반짝였고, 그 안에서 희미한 형체가 떠올랐다. 형체는 이내 기묘한 소용돌이를 이루더니, 점점 선명해졌다.


마치 안개처럼 부유하는 존재.


그것은 인간의 실루엣을 하고 있었지만, 윤곽이 뚜렷하지 않았다. 어둡고 희미한 실체가 공기 중에 떠올라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두리번거리기도 했고, 마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려는 듯했다. 그러다 가늘고 흐릿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러나 곧,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듯 허공에서 멈춰 섰다. 투명한 구체의 경계를 넘지 못한 손끝이, 유리처럼 매끈한 표면을 더듬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듯,


그 광경을 지켜보던 청중 중 누군가는 탄성을 내질렀고, 누군가는 두 손을 모으고 경이로운 시선으로 그 존재를 응시했다. 몇몇은 소름 끼친다는 듯 몸을 움츠렸고, 일부는 아예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리를 뜨지는 않았다.



발표가 끝난 후, 대강당이 다시금 술렁이기 시작했다. 각종 질문과 논의가 오갔고, 여기저기서 흥분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발표가 종료된 후, 몇몇 투자자들이 조용히 과학자에게 접근했다.


첫 번째 투자자는 몸을 곧추세운 채,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과학자에게 다가갔다. 그는 값비싼 맞춤 정장을 걸치고 있었고, 손에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대단한 기술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강렬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실제 유령을 볼 수 있는 시설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그는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더니 화면을 넘겼다. 거기에는 고풍스러운 유령 관람원의 콘셉트 아트가 있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빛바랜 장식, 그리고 유리 구체 안에서 부유하는 유령들.


"테마파크, 호텔, 이벤트...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그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사람들은 죽음을 경험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 경계를 넘지 않고 싶어 합니다. 이 기술이 그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겁니다."


두 번째 투자자는 첫 번째 투자자가 떠나자마자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그는 중후한 인상의 남성이었고, 주름진 손으로 넥타이를 고쳐 매며 입을 열었다.


"저는 유령의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유령은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은 에너지를 방출하죠."


그는 과학자의 연구 논문을 펼쳐 보이며 손가락으로 몇 개의 수치를 짚었다.


"이 수치를 보십시오. 계측 가능한 에너지를 유령은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 기술을 응용해 유령이 내뿜는 에너지를 수집하고, 가공할 수 있다면..."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화석 연료? 원자력? 이제 그런 것은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 겁니다!"


과학자는 그의 제안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투자자의 표정은 이미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 번째 투자자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과학자에게 한 장의 편지를 남겼다.


"나는 사업가도, 연구자도 아닙니다. 다만... 유령을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싶을 뿐입니다. 가능하다면 연락을 주십시오.

당연히, 돈은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기묘한 집착이 느껴졌다. 과학자는 편지를 손에 쥔 채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투명한 구체 속 유령을 바라보았다. 유령은 여전히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른 채, 빛과 어둠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유령보다 무서운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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