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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씁쓸함은 향기로 남았다.

by 장발그놈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커피 잔에서 피어오르는 구수하고 쌉싸래한 향기가 아련한 기억을 깨우고 있었다.

어릴 적, 무언가 크게 다투고는 헤어졌던 친구.

마음 한구석에 오래도록 남아있던 그 친구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어렸던 그 시절, 친구는 마치 쓴 커피 같았다. 입안에 도는 씁쓸함처럼,

그때는 왜 그리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하면, 다툼의 원인조차 희미했다.

그 친구는 정말 쓰기만 한 사람이었을까?


커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을 때, 그는 깨달았다.

커피의 쓴맛 뒤에는 은은한 단맛과 풍부한 향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 친구도 그런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서로가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맛과 향이 있었을 것이다.

서로의 쓴맛만 기억했던 두 사람은, 단맛과 부드러움을 발견하기엔 너무 어렸는지도 모른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어 다른 친구를 통해 어렵게 얻은 연락처를 열었다.

빛이 바래버린 이름이 거기 있었다.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녹색 전화 버튼은 마치 커피의 첫 모금처럼 망설임을 주었다.

"지금 전화를 걸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한 번 용기를 내어본다. 커피가 처음엔 쓰지만, 그 쓴맛 덕분에 다른 맛들이 빛나는 것처럼, 오래 묵힌 감정도 다시금 향기롭게 퍼져나갈지 모른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녹색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길게 울렸다.

그리고 드디어,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쓴 커피 같았던 기억이, 서서히 부드럽고 따뜻한 향으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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