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포기할 수 있는 용기

by 진다락

66일, 몸과 마음이 익숙해질 시간

새벽 5시, 아직 세상이 잠든 시간에 나 혼자 일어나 달리기를 시작한 지 66일이 되었다. 흔히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약 66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새벽마다 몸을 일으키는게 힘들었지만 조금씩 몸이, 마음이 익숙해지는 것을 느낀다. 처음에는 발걸음 하나가 무겁고,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들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 했지만, 어느 순간 그 불편함이 익숙함으로 바뀌었다.


이제 새벽 운동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 나만의 의식이 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움직임 속에서 나는 조금씩 강해지고 조금씩 나를 믿게 된다. 물론, 오늘 아침에도 나는 알람과 씨름하며 3개가 넘는 알람을 껐다 켰다 반복했다. 새벽의 나는 여전히 잠의 유혹과 싸우고 있다.




5km 달리기, 성공

처음 목표는 30분 달리기였다. '30분'이라는 목표를 잡은 건, 그저 내가 사용하던 어플의 왕초보 코스였기 때문이다. 보통 운동은 30분 이상 해야 효과가 있다고 하니,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거리도, 페이스도 몰랐던 날들이었다. 그렇게 30분을 달리며 목표를 달성하자, 자연스럽게 다음 목표가 생겼다. 5km 달리기. 달리기 대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거리였지만, 이 정도면 나도 '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나는 5km를 달렸다. 아직 페이스는 슬로조깅 수준이라 40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페이스를 유지해도 높아진 심박수에 숨이 거칠어지고 심장은 빠르게 뛰지만, 워치에서 5km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면 나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는다. 달리기를 멈추고 천천히 걷는 시간. 걸음 하나하나가 이렇게 달콤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천천히 걷는 동안 나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과 안도감, 성취감에 잠시 도취되곤 한다.



완벽해서 실패하던 사람, 포기를 추구하다.


만약, 이전처럼 몸무게 감량 정도를 목표로 삼았다면 나는 진작 포기했을 것이다. 달리기를 함께 시작한 남편은 이미 10kg 이상을 감량했지만 나는 5kg 감량조차 겨우 해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금 의외였다. 그 이유는 바로 '다이어트에 대한 많은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완벽해서 자주 실패하던 사람이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식단에 맞는 재료, 운동할 여유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의지와 목표가 완벽해야만 했다. 나는 항상 '어떤 날을 위해, 무엇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목표에 집착했다. 지금처럼 '주어진 재료에서 최대한 건강하게', '시간을 내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것에 매달려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씩 포기하기 시작했다. 먼저, 식단. 다이어트를 할 때 흔히 '운동 30, 식단 70'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70 중 절반 정도만 가볍게 조절하고 나머지는 마음에서 내려놓았다. 전에는 식단을 해야 한다고 마음먹는 순간, 오히려 폭식이 시작되곤 했다. "식단을 시작했으니 앞으로 못 먹잖아", "식단했으니 치팅데이야"라는 합리화들이 번갈아 떠오르며 하루하루 실패했다. 이제는 과식을 하더라도, 전과 달리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체중계 위 숫자에도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력에 비해 내려가길 바랐던 숫자를 기대하며 체중계에 올랐던 날들을 떠올린다. 지금의 나도 사실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이제는 '체중은 그대로이지만, 체력이 조금 좋아졌네'처럼 행동과 결과를 분리하려고 애쓴다. 아주 사소하고 미미한 변화일지라도, 언젠가는 이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루리라는 단순한 믿음을 품고서.


마지막으로 포기한 것은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다. 번 실수했다고 하루를 망치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일주일을 놓쳤던 순간들이 많았다. 이제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도, 조금씩 해낸 것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려 한다. 비가 내려 운동을 못한 날에도, 집 안에서 가볍게 몸을 움직이거나 계단을 오르며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를 다독인다.



내가 새벽에 나가 운동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다이어트였다. 부끄럽게도, 그 목표는 타인의 시선과 미용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체중 감량이었다. 지금도 그런 이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하는 운동의 목표는 대부분 '건강'에서 비롯된다. 신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적인 건강까지도 포함해서.


운동을 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 자체로도 괜찮아. 노력하고 있으니 잘하고 있어."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조금씩 내려놓고, 나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시간들. 이렇게 조금씩, 나에게 허용적이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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