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어오르듯 더웠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결국 개학일이 와 버렸다. 내 계획대로라면 방학 전보다 최소 2kg은 빠져 있어야 했는데, 현실은 빠지기는커녕 겨우 유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방학 동안 나는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음료와 디저트를 실컷 먹으며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일과들로 하루하루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달리기도 열심히, 독서도 열심히, 아이들과의 시간도 열심히 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열심이었던 건.. 잠자기였다.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해 달리기를 하고,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책을 읽고, 이것저것 해내다 보면 아이들 하원 전 찾아오는 낮잠 한두 시간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그 짧은 낮잠이 하루 루틴의 가장 중요한 보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게 문제였을까. 출근이 다시 시작되자 나는 '잠'과의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나는 원래 아침형 인간이었고, 잠도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오전 10시, 11시까지 늦잠 자는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잘 자지?'신기해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새벽에 눈을 뜨는 게 너무 힘겹고 점심을 먹고 나면 몸이 낮잠 시간을 기억하는 듯 스르르 잠이 쏟아진다. 아니, 달리기는 80일이 지나도 여전히 이를 악물고 애써야 하는데, 낮잠은 어쩜 이렇게 순식간에 습관이 되어버리는 걸까.
너무 순조롭다 싶었던 나의 달리기 생활에도 드디어 위기가 찾아왔다. 사실 전에도 새벽에 알람이 울리면 들뜬 마음으로 일어나 집을 나섰던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몸은 어떻게든 따라줬고, 발걸음은 자연스레 길 위에 서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속삭임이 시작된다.
"10분만 더.... 아니, 30분만 더...."
이 짧은 유혹의 시간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다시 잠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과 달리러 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한다. 가끔은 '오늘 하루쯤은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오늘의 '하루'가 내일의 '이틀'이 되고, 그렇게 쌓이다 보면 어느새 일주일, 한 달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그 무서움에 떠밀리듯, 꾸역꾸역 운동화를 신는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집을 나서면, 사실 또 달릴 수 있다. 달리다 보면 잠시 전까지의 게으름이 무색해질 만큼 호흡이 살아나고, 땀방울이 내 의지를 대신해 준다. 하지만 다시 다음 날이 오면 똑같은 싸움이 시작된다. 마치 매일매일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해내다 보면, 언젠가 다시 내 몸이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다시 새벽 공기에 기대어 자연스럽게 길 위에 서는 날이 오길, 지금의 위기가 나를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