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별에게 주어진 역할

ㅡ 나의 속도로 살아 있는 빛남



출근길 하늘에 딱 하나 떠 있던 별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따라 조금 버거워 보인다.


평소보다 더 밝게 빛나는 모습이

“나, 힘들어” 하고 조용히 하소연하는 것처럼 느껴졌죠.

겉으로는 밝고 괜찮아 보이지만,

각자의 역할에 버거움을 느끼는 순간들처럼요.


하지만 우리 삶은 꼭

‘빛나야만 하는 방식’으로 설명될 필요는 없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가만히 밝게 있어야만 한다는 건,

어쩌면 별에게도 하나의 역할일지도 몰라요.

늘 환해야 하고, 사람들의 기대를 비춰줘야 하고,

어둠 속에서 혼자 빛나야 하는 자리.


식물들은 그런 역할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요.

저마다의 리듬대로 몸을 채우고,

묵묵히 자기 페이스로 움직이죠.


그 무게를 누구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보다 더 반짝여야 할 이유도 없어요.


그래서 오늘만큼은

‘빛나야 한다는 마음’에서 조금 벗어나도 괜찮아요.

누군가의 기대를 밝히기 위해 서 있는 빛이 아니라,

그저 나에게 필요해서 머무는 빛이면 충분하니까요.


잠시 흐릿해져도 좋고,

그 자리에서 미세하게 흔들려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밝기의 크기가 아니라

내가 견딜 수 있는 나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니까.


오늘 본 그 별이

버거운 자리에서도 여전히 떠 있었던 것처럼,

나도 내 자리에서

반짝여도 되고, 쉬어가도 되고, 스며들어도 괜찮아요.


‘역할로 갇힌 빛남’이 아닌,

나의 속도로 살아 있는 빛남이면 충분해요.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22화가을, 마음을 눌러 담다 - 단풍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