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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마음을 눌러 담다 - 단풍잎

청소를 하다가, 오래된 엄마의 수첩을 발견했다.

그 사이에서 수첩보다 더 오래된 듯한,

한 장의 말라버린 단풍잎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잘못 끼워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단풍잎 뒤쪽에 쓰인 짧은 글귀를 보고 나서는,

그 의문이 곧 사라졌다.


내 나이보다 어렸을 엄마가 품었던 사랑,

어린 나와 오빠를 향해 품었던 마음까지

글자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으니까.

바쁘게 살아오느라 잊고 있던,

엄마의 어린 시절 마음이

단풍잎 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단풍잎은 바삭하게 말라 있었지만,

그 단단한 질감 덕분에

색과 형태를 오랫동안 잃지 않고 있었다.

책갈피로 썼던 그 기억 속의 단풍잎처럼,

그 안의 마음 역시 흐트러지지 않은 채

시간을 견뎌낸 것이다.


그렇게 단풍잎을 손에 쥐고 있으니,

누군가의 사랑이

계절과 시간을 넘어

그대로 내게 전해진 느낌이 들었다.

어린 엄마의 마음, 그 사랑의 무게와 온기가

손끝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느껴졌다.


이 가을, 나도 내 마음 한 조각을

어딘가에 조심스레 눌러 담고 싶다.

마치 단풍잎처럼,

누군가가 언젠가 그것을 발견했을 때

이 계절의 따스함과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오늘 여러분의 마음도, 이 단풍잎처럼 조심스레 남겨두면 어떨까요.

손끝에 남은 감정 한 조각, 혹은 창가에 비친 햇살,

짧게라도 글로 적거나, 사진으로 담아 책이나 노트 속에 살짝 끼워두는 거죠.


조금은 평범하고 사소한 오늘이지만,

이 기록들이 쌓이면 언젠가 시간 너머의 나 자신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따스한 마음으로 전해질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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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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