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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를 전하는 음식

엄마의 예쁘고 맛있는 음식

by 멍냥이

초등학교 다닐 때 갑작스럽게 엄마가 학교를 방문하신 일이 있었다.

약속된 일정이 아닌 탓에 학교 도착해서도 나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같은 반 친구가 황급히 나를 찾아 엄마의 방문 소식을 전해 준 덕에 엄마를 맞을 수 있었다.

교실에 들어가 보니, 벌써 담임 선생님과 두 분이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두 분이 마주한 테이블 위에는 너무나 예쁜 음식들이 담긴 찬합이 놓여 있었다.


아빠의 병환으로 시간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인데도 시간을 내어 학교를 방문하신 이유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으셔서였다.


보름 전 갑자기 청소시간에 쓰러진 나를 담임 선생님께서 둘러업고 양호실까지 뛰어간 사건이 있었다.

임신 중이셨던 담임 선생님께서 나를 업고 뛰어간 일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일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죄송스럽고 감사함에 마음이 무거우셨다고 한다.

그런 마음을 따로 전달할 길이 없어 손수 음식을 만들어 전해 드리기로 한 것이다.


엄마는 평소에도 음식솜씨 좋기로 소문난 분이셨다. 그런 엄마가 감사한 마음을 음식으로 표현하셨으니 평소 보다도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을지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그랬던 만큼 선생님께서도 너무나 좋아하셨다.

" 어쩜 이렇게 예쁘고 맛있는 음식을!"

손뼉을 치며 감탄을 쏟아내셨다.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난 후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이거 어머님께 전달 좀 부탁해"

하시며 봉투를 주셨다.

난 봉투가 궁금했지만 뜯어보지 못하고 엄마에게 전달했다.

엄마는 봉투를 열어보자마자 화들짝 놀라시며 나에게 이걸 받아 오면 어쩌냐며 난감해하셨다.


봉투 안에는

임신 중이라 음식들이 입에 맞지 않아 잘 먹지 못하고 있는데 그날 해오신 어머님의 음식이 너무 입에 맞아 자꾸 생각이 나서 송구하지만 부탁드립니다. 음식값에 비할 수는 없지만 재료를 사는데 보태시라고 조금 넣었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긴 편지와 돈이 들어 있었다.


난 영문도 모르고 혼이 나서 속상했지만 엄마의 예쁜 음식이 누군가의 마음과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생각에 기쁘고 엄마가 자랑스러웠다.


다른 대부분의 음식은 내가 만들 수 없었지만 화전은 나도 같이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진달래 꽃잎과 쑥을 찰반죽에 올려 예쁜 꽃을 표현하고,

옆에 대추를 으깨서 만든 빨간 반죽으로 열매를 표현했다.

그렇게 예쁜 화전을 만드는 동안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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