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의 과격한 눈싸움
부모의 인생이 고단한 시절에는 그 자녀들의 인생도 그다지 평안하지는 못하다.
아빠가 쓰러져 병원에 계시던 때
엄마는 온 마음과 정성을 아빠의 병간호에 담아 살아가고 계셨다.
그런 시절에 우리 4남매는 서로 잘 돌보고 챙겨야 하는 필연적 의무가 있었다. 그래도 막내이모가 집에 들러 밥이나 반찬을 해주며 소소한 부분을 챙겨주시는 날이면 마음의 추위가 조금은 덜해지는 날이었다.
상황은 상황일 뿐 각자의 타고난 성향은 어쩔 수 없는 듯했다.
개구쟁이 여동생은 시샘도 많고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다.
그런 여동생에게 집안 상황 따위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날도 뭔가 다급한 상황이 벌어졌는지 나를 불렀다.
"언니! 큰일 났어 "
여동생이 동네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던 중에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생각에 꾀를 내어 눈 뭉치 안에다 돌을 넣어서 꽁꽁 뭉쳤다. 그렇게 굳은 의지로 만든 눈뭉치를 한 아이의 눈두덩이에 제대로 명중을 시켰다.
눈뭉치에 제대로 얻어맞은 아이는 눈을 부여잡고 뒹구르며 앞이 안 보인다고 소리치며 울기 시작했고, 그 상황에 겁이난 동생이 나를 부른 것이다.
난 앞이 안 보인다며 우는 아이를 황급히 가까운 동네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 눈을 살피다 나와 여동생을 번갈아 바라보셨다.
그리고는 여동생을 향해
"네가 그랬구나?" 하시며 위험한 행동이라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셨다.
난 다친 아이의 눈이 끝까지 낫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떨고 있었다.
진료하시던 의사 선생님께서 다친 아이에게
"자, 눈 뜨고 이거 한번 보자, 보이니?"
"아니요 안 보여요"
"그래? 그럼 주사를 좀 맞아야겠다."
"아니요! 잘 보여요"
"진짜 잘 보여?"
"네!"
"주사 맞기 싫어서 그러는 거면 안 되니까 다시 한번 보자"
"아니에요 진짜 잘 보여요"
이렇게 해서 다친 아이의 눈은 문제없이 잘 상황 종료 되었다.
아이들은 다 나가고 진료실에 덩그러니 나 혼자 남았다.
"저 아이 괜찮으니까 이제 집에 가도 된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난 우물 거리다 용기를 내서 말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고쳐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돈이 없어요"
시선은 바닥에 두고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했다.
나의 앞뒤 없는 말에 의사 선생님은 웃으시며
"돈이 없다고?" 하며 물으셨다.
"네,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병간호 때문에 엄마가 집에 안 계셔요. 그래서 돈도 없어요"
나의 무거운 답변에 의사 선생님께서 미소를 지어 보이시며
"오늘은 그냥 가도 돼, 공부 열심히 하고 착하게 자라라"
하시며 머리를 쓰담쓰담해 주셨다.
너무 놀랐던 탓인지 마음이 텅 빈 것처럼 가라앉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일이 잘 해결돼서 좋기도 하고, 세상에 빚을 진 기분이 들었다.
너그러우신 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일이 잘 해결돼서 엄마의 걱정거리 하나를 덜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 날이기도 했다.
휴~~~~
나의 여동생은 어쩜 좋을지 참으로 걱정이 한가득 차오른 날이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