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희는 내 친구다.
우린 참 잘 맞다.
사는 형편도 비슷하다.
다른 게 있다면, 순희는 가방 끈이 길고 박사다.
순희는 아직도 직장을 다니는데, 직급도 높다.
그런데 잘난 척도 안 한다.
심지어 순진하고 순수하다.
그래서 순희가 좋다.
우린 내면의 취향도 비슷하다.
아무튼 잘 맞다.
그래서 우린, 비밀을 공유한다.
순희 남편이랑 우리 남편도 비슷한 데가 많다.
스벅에서 커피 마시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둘 다 특히 씹은 아메리카노를 안 마신다.
그들은 맥심에 광팬들이다.
그래서 순희랑 갔었다.
새로운 맛집 카페도 같이 다녔다.
나는 부산으로 이사를 왔고,
순희는 아직도 양주에 산다.
그래서 우린 대전에서 만난다.
거기가 중간쯤이라…
이번 주에도 일 년 만에 순희를 만난다.
여행 가려고 모임 통장을 만들어 다달이 부어 제법 모였는데, 순희가 바쁘다.
시간을 낼 수가 없단다.
그래서 호캉스를 하잔다.
좋다. 나도 해보고 싶었다.
들은 적이 있다.
같이 가자는 친구가 있어 좋다.
일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본 듯한 친구.
가끔 통화해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
쿵짝이 잘 맞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
함께 늙어 가면서 속사정 이야기 하고 서로 건강 챙겨주고 위로해 주는 친구가 있는 건, 행운이다.
말하기 곤란한 속내도, 우린 서로 말한다.
그리고 우린 약속하지도 않았지만,
그게 비밀인 줄 안다.
둘만의…
비밀을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참 좋다.
오래오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건강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