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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행진 11화

비밀

by 민들레

순희는 내 친구다.

우린 참 잘 맞다.

사는 형편도 비슷하다.

다른 게 있다면, 순희는 가방 끈이 길고 박사다.

순희는 아직도 직장을 다니는데, 직급도 높다.

그런데 잘난 척도 안 한다.

심지어 순진하고 순수하다.

그래서 순희가 좋다.


우린 내면의 취향도 비슷하다.

아무튼 잘 맞다.

그래서 우린, 비밀을 공유한다.


순희 남편이랑 우리 남편도 비슷한 데가 많다.

스벅에서 커피 마시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둘 다 특히 씹은 아메리카노를 안 마신다.

그들은 맥심에 광팬들이다.

그래서 순희랑 갔었다.

새로운 맛집 카페도 같이 다녔다.

나는 부산으로 이사를 왔고,

순희는 아직도 양주에 산다.

그래서 우린 대전에서 만난다.

거기가 중간쯤이라…


이번 주에도 일 년 만에 순희를 만난다.

여행 가려고 모임 통장을 만들어 다달이 부어 제법 모였는데, 순희가 바쁘다.

시간을 낼 수가 없단다.

그래서 호캉스를 하잔다.

좋다. 나도 해보고 싶었다.

들은 적이 있다.

같이 가자는 친구가 있어 좋다.


일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본 듯한 친구.

가끔 통화해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

쿵짝이 잘 맞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

함께 늙어 가면서 속사정 이야기 하고 서로 건강 챙겨주고 위로해 주는 친구가 있는 건, 행운이다.

말하기 곤란한 속내도, 우린 서로 말한다.

그리고 우린 약속하지도 않았지만,

그게 비밀인 줄 안다.

둘만의…


비밀을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참 좋다.

오래오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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