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내아들이랑 동갑인 공주와 친구가 되었다.
우린 월, 수, 금 삼일을 만난다.
나는 처음 볼 때부터, 너무 귀여웠다.
공주는 관심도 없고, 눈길도 한번 안 주었다.
어쩌다 목소리가 들려 쳐다보면,
아직 애기 솜털이 뺨에 보송보송하다.
공주를 보면서, 나의 26세를 생각했다.
막 결혼해서 둘이 사는 것도 적응이 안 됐는데,
시누이 시집살이가 시작됐다.
치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의 지성과 품위를 모으고 모아 견디고 버텼다.
지금은, 참 많은 게 변했다.
아들 장가보내면서 반품하지 말아 달라고 사은품도 넉넉히 챙겨 보내야 된다.
가끔 아들 녀석 정신교육도 시키면서 기름칠도 해야 된다.
억울한가?
난 시집살이도 했는데 며느리 심기도 살펴야 되는 현실.
위에서 누르고 밑에서 치는 그 시대에 내가 속해 있는 현실…
노노.
난 너무도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대견하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는 친구 같은 딸이 있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세상에 어느 보석보다도 빛나고 특별한 내 딸.
그 아이가, 이 시대에 산다는 것이 너무 좋고 신난다.
만일 내 딸이 아직도 시대의 흐름을 알아차리지 못한 고리타분한 시어머니를 만난다면, 난 속이 상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
제발…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는 여성의 며느리가 되기를.
남편은 불혹이 다 되어 가는 아이가, 아직도 소녀인 줄 알고 결혼하지 말고 아빠랑 살자고 꼬신다.
말은 그렇게 해도 난 다 안다.
고생하며 살아온 내 지난날이, 딸에게도 보일까 봐.
남자친구가 있는 딸이 아마 곧 둥지를 떠나겠지.
그전에 난 이 남자부터 독립시켜야 된다, 사명이다.
이젠 친구가 된 공주를 못 만난다.
취직이 되었단다.
밥을 사주었다.
축하한다고 작은 핸드크림도 선물했다.
나랑 밥 먹어줘서 고마워.
공주가 첫 직장생활을 잘 견디기를, 잘 적응하기를, 그래서 멋지게 살아가기를, 온 맘 다해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