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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행진 14화

오래된 것들

by 민들레

필로티로 통하는 지하 주차장을 걸어가는데

반가운 느낌이 든다


같이 익어가는 고마운 우리 카니발

비록 빛나던 광택도 무광이 되어가고

타이어 휠에 세월의 흔적도 보이지만

고마운 게 너무 많아서

의리를 지키려고 한다


아이 셋을 통학시켜 주었고

부산에서 포천까지

귀향의 외로움도 달래주었다

때론 잠 못 자던 나에게

단잠의 맛도 선물로 주었었다

덩치 좋은 세 녀석들 불평하지 않게

넉넉한 품도 고마웠다


때론 새것이 좋아 보이고

신형에 눈이 번뜩 뜨일 때도 있지만

난 오래된 것 익숙한 것이 좋다

깨끗하고 향기로운 호텔방보다

약간은 변색된 우리 집 벽과 바닥이 정겹고

하얀 시트와 침구 보단

알록달록한 내 이불이 편하다


지금이 좋다

소파에 앉아서 거실 가득 들어오는 햇살이

눈이 부시도록 환한 지금이 좋다

충전하자

오늘을 살아갈 나를 충전하자

충천이 완료되었습니다 할 때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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