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8시 30분쯤에 일어난다
미지근한 물을 한잔 마시고
올리브유 한 스푼을 먹고
요가를 간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빈야사를 한다
뻐등녀였던 나도 오래 수련을 하니
비슷하게 흉내 정도는 낼만큼 실력이 늘었다
요가하는 동안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정신을 집중해 호흡을 하면서
동작을 따라 해야 한다
내 숨이 어깨로 허리로 골반으로
전달되는 것을 느껴야 한다
호흡은 생명이다
잘 되는 동작에서는 호흡이 되지만
잘 안 되는 동작에서는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무리하지 말고
매일 반복하면서 수련을 하다 보면
하기 힘들었던 동작도 되어지고
숨도 편안히 쉬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10분은 요일에 따라서 명상 또는 싱잉볼을 들으며 몸에 들어간 힘을 호흡으로 빼준다
천천히 들이마시고
천천히 마신 시간보다 길고 고르게 내쉰다
그러다 보면 10분이지만 스르르 단잠에 든다
땡 땡 땡
조용한 종소리가 울리면서
잠에서 깨어난다
요가는 내 몸을 들여다보고 느끼라고 한다
고른 호흡으로 내 몸 속에 기를 순환시키고
막힌 곳을 열어 가는
몸과 마음과 정신을 하나로 집중하는 운동이다
나의 버킷리스트 첫 번째는 요가였다
그리고 그림을 배우는 것이었다.
나는 명화 따라 그리기를 20 캠퍼스 정도 했었다
밑그림이 그려져 있고 번호가 쓰여 있어
같은 번호의 색깔을 칠하면 된다
얼마나 재미있던지
너무 많이 오래 그린다고 혼이 난적도 있었다
정식으로 배우고 싶었다
고민했다 어느 장르로 배울 것인가?
검색하고 찾아보고 펜화를 택했다
섬세한 그 선들이 너무 멋졌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된다
길을 가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
홀로 외로이 피어 있는 들꽃
세월의 흔적을 품은 오래된 건물
이들은 사진이 아닌 나의 스케치북에서 그려진다
어렵지만 노력하는 내가 좋았다
어렸을 때 내 친구가 피아노 학원을 다녔었다
친구가 피아노를 다 치고 나올 때까지
난 밖에서 다른 친구랑 놀면서 기다렸다
부럽거나 내가 못 배운다고 속상하지도 않았다
그 친구가 초록색 책상 위에서
손가락을 건반을 두드리듯 연습하면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 했었다
아이 셋은 다 피아노를 가르쳤다
막내는 개인 레슨까지 시켰다
그때 나도 좀 배울 걸 너무 재밌다
악보 보는 것도 어렵고 손가락도 잘 안 돌아가서
떠듬거리지만 너무 재밌다
손주 벌 되는 초 2랑 같은 시간에 배우는데
그것도 너무 재밌고 신난다
화요일 목요일 가는데 미리 예습하느라 많이 바쁘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들을 보내는
이 평화로운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이런 환경을 만들어준 남편과 아이들이 너무 고맙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하는 걸 좋아하고 응원해 준다
고맙구로..
흘러가는 대로 살면 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요가도 그림도 피아노도
하기 싫은 날은 그냥 쉰다
그렇지만 늘어져 있지는 않는다
한 번씩 내가 암 환자라는 걸 생각할 때가 있다
내가 암이 걸릴 거라는 걸 상상도 해 본 적 없었다
우리 아버지도 엄마도 동생들도
엄마나 아버지 형제 중 그 자녀들 누구도
암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의사가 가족력을 물었을 때 없다고 하자
억울하냐고 물었다
억울하지는 않았지만
왜? 나지 라는 생각은 했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얼마나 부질없는 것들을 붙잡고 살았는지
돌아보았었다
그리고 정말 정말 간절하게 기도했었다
막둥이가 펑펑 울던 모습이 가끔 떠오르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온다.
이제는 버리는 연습 놓는 연습을 한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일 들이
나에게도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세월 정신없이 잘 살았다
온 맘 다해 사랑했었다
껍데기만 남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열심히 살아온 나를
내가 위로하고 알아주고 칭찬해 주면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비 오는 날은 요가를 가지 않는다
남편과 함께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며 시간을 보낸다
평범했던 일상들이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알기에
내리는 비 속에서도 감사가 절로 나온다
라디오의 음악을 들으며
뜨거운 핫쵸코 한잔에 젖는다
이 순간도 너무 소중하다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