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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행진 08화

by 민들레

나는 꿈이 뭐였을까?

꿈이 있었을까?

생각이 나지 않는다.

꿈을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었을까?


난 내 어릴 적을 생각하면 참 슬프다.

가슴 한 귀퉁이가 서늘하다.

내가 참 안 됐었다.

내가 나를 불쌍히 여겼다.

거울에 비치는 내가, 너무 안 돼서 조용히 울었던 적은 얼마나 많았는가.

현실과 이상이 따로 노는 현실에서, 이상을 꿈꾸지만 갈 수 없고. 현실에서 마주하는 버거움이 한참 꿈을 꾸고 즐겨야 하는 시기에, 나는 괴로웠었다.

내 인생이 검은색이었다.


부러웠었다.

가진 게 없어도 웃을 수 있는 사람들.

넉넉하지 않아도 나눠줄 수 있는 사람들...

그때는 겨울이 참 추웠다.

아랫목 제일 따뜻한 곳엔 몸이 약한 아버지가 주무신다, 제일 두꺼운 이불을 덮으시고.

그 다음에 남동생, 엄마, 여동생, 내가.

한방에 누워잔다.

손이 시렵고, 발이 시렵고, 코 끝에 찬바람이 스친다.

매일 싸우신다.

천장에서 김치가 떨어진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동생과 나는 아버지가 던져 깨트린 장독대를, 비를 맞으며 치웠다.

머리가 띵하고 정신이 없을 만큼 계속되는, 잔소리.

빨리 크기만 바랬다.

벗어나고 싶어 젓가락은 맨 끝을 잡았다.

아버지 밥상엔 고기가 있다.

계란 후라이도 있다.

우리 밥상엔 허연 김치만 있다.

저런 아버지가 세상의 어디에 또 있을까.

우리도 먹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했던, 우리 아버지.

난 그런 아버지가, 참 싫었다.


꿈이… 꿈을 꾸는 것이, 가당키나 했을까?

세상에 불만이 많은 아버지.

그런 남편의 눈에 차지 않는 아내와 자식…

딱 우리였다.


어두웠던 내 인생에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내 생각을 치유하시고,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며, 내가 살아갈 힘도 주시고, 꿈꾸고 바라볼 희망을 주셨다.

그때부터, 내 인생의 색깔이 밝아진다.

하나하나 치유 해 주신다.

젖어있던 마음을 말려주신다.

이젠 춥지 않다.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신다.

시키는 대로 따라왔더니,

내 인생이 핑크빛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게 해 주셔서.

내 마음 빈 곳을 채워주셔서.

내 마음을 다해 사랑할 가족을 주셔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해 주셔서…


나는 이제 꿈이 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생각하기도 싫었던 그때가, 잊혀진다.

그 세상을 통해 나의 자아는 성숙해졌다.

내가 좀 더 단단해져, 거센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올라탈 수 있는 힘을 트레이닝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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