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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보호자 07화

파랑새

청하이모

by 솜Som


집을 나와 처음으로 자립을 했다. 취직도 했다.

누군가로부터 붙잡혀 고립되어 괴롭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

자유를 찾은 듯 몸이 가벼웠다.


내가 취직한 회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점이자 이제는 하나의

큰 기업인 N.V 출판사였다.

그때 당시엔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 지라 본사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사회초년생이었던 나에겐 꿈과 상관없이 당장 일할곳이 필요했고 나는 무작정 지원했다.


첫 몇 달은 접 할 수 없었던 기계들을 다루느라 무척애를 먹었다.

프린트기계는 왜 내가 사용할 때마다 색다른 방법으로 고장이 나는지 아직까지 의문이다.

회사 일들을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옆자리에 있는 선배가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워야 했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만큼 열심히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들이 놀 때 일하고 남들이 잘 때 일했다.

무리한 날도 많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난 가난이 싫었다. 여유롭게 늙고 싶었다.

빠르게 습득하려 노력했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여러 분야를 공부했다.


그렇게 점점 회사 생활이 익숙해지던 중

어느 날 회사가 갑자기 유명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점점 유명한 작가들이 우리 회사를 통해 생겨나기 시작했고,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글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가 커지면서 나도 승진을 하게 되었다.

힘들었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니 기분이 좋았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니 많은 작품을 어쩔 수 없이 다양하게 읽어보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내가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소리 없이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 주변에 새로 생긴 일식집에 들러 1인 초밥 세트를 사서 혼자만의 여유를 즐길

기쁨에 포장된 음식을 들고 문밖을 나오던 중, 모르는 번호로 휴대전화가 울렸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경찰입니다. 혹시 안도윤 학생 이모분 되십니까?”


받지 말걸. 보이스 피싱이구나.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휴대전화 너머로 익숙한 아이들이 목소리가 들렸다.

우는 소리 같기도 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집을 나온 이후 언니는 먼저 좋은 사람을 만나 일찍 결혼을 했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다. 나에게 예쁜 조카들을 넷이나 만나게 해 주었다.

서로 살기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나는 무조건 조카들을 만나러 갔었다.


“네.. 맞는데요.. 무슨 일인가요?”


“이주현 씨 친동생분 되시죠? 그.. 오늘 오후에 이주현 씨 집에서 화재 사고가 있었습니다."


“.. 혹시 보이스피싱인가요 이런 장난은 하지 마시죠 선을 넘은 피싱 방법이네요 전화 끊겠습니다.”


“아뇨! 아닙니다. 지금 상황이 급해서 연락드립니다. 지금 00 병원으로 오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이주현 씨와 남편인 안지석 씨가 화재사고로 사망하셨습니다."


몇 초의 침묵이 흘렀다.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나에게 전화한 경찰관의 신분도, 확인해야 할 법한 자세한 상황들도,

이상하게 더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냥.


그래도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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