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우울감(憂鬱感)
- 김 중 근
밤 세우며 내린 안개가 수증기같이 내 입에서 토해낸 입김을 흔적없이 없앤다. 까닭모를 우울함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다.
우울증은 정신과적으로 아주 흔한 정신적인 질병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외로움과 쓸쓸함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을 일시적인 우울감이라는 단어로 표현을 한다.우리들의 기분이 고조(高潮)되어 있을 때가 있고 때로는 침체(沈滯)되어 있을 때가 있듯이 우리의 기분이 잠시 우울감에 젖는 것을 의미한다. 우울증은 화학적(化學的)으로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에 의해 심리적인 장애가 오는 현상이다. 이것이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함께 겹칠 때 아주 심한 우울증(憂鬱症) 증세로 나타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고독하고 쓸쓸한 느낌을 경험한다. 우울증은 ”햇빛의 양(量)이 증감(增減)하는 것과 관련있다“라고 관련 학자들은 말 한다. 날씨가 차가와지면 아무래도 열려진 창문과 방문도 꼭꼭 닫게된다. 싸늘한 바람에 후두둑 창 밖의 낙엽은 떨어지고, 검은 공간 속에 나 홀로 남겨진 느낌이 들면, 서늘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고독감(孤獨感)은 주변과의 모든 접촉을 닫고 혼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자연적으로 많게 하는 것이 원인(原因)인 듯 하다. 그렇게 타인과의 접촉을 닫고 '혼자서' 생각하게 되면 자연히 외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울함은 딮 그레이, 인디고, 프루시안 블루등 어두운 톤의 회색 및 블루계열. 고독은 외로움, 슬픔, 차가움의 푸르시언 블루등 한색 컬러라고 하는데 나는 지금 어느 색일까?...당장 이 세상이 멸망 할 것도 아닌데, 당장 내가 죽을 것도 아닌데...지독히 밀려오는 우울함은 새빨갛고, 샛노란 색마저 짙은 잿빛으로 바꾸고 발 소리마저 숨 죽인다. 빛 좋은 햇살이 만들어낸 아침 풍경도, 내 마음의 빈 터에 찾아온 고운 선율도, 별빛이 건네준 아름다운 이야기도...온통 잿빛 색깔이다.
만물(萬物)이 다 살아있고 숨을 쉰다 해서, 모든 것이 살아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마음이 허전하고 그냥 살기힘들어 살아 있음에도 죽은 듯 사는 삶도 있기 때문이다. 어둠이 만든 눈물과 때론 대지의 고요한 숨결을 감내하기 어렵다. 아픔을 겪으면서 선명한 고통의 자국을 남긴 삶의 긴 터널을 지난다. 독수리처럼 활개치고 싶었던 나!....진짜로 멋있게 살고 싶었지만 아무도 돌아볼 이 없는, 이 외로움이 가끔 술병을 놓지 못한다. 외로움에 빠져있던 웅포의 황량한 한 구석에 빈 바람만 가득하다.
누군가 내 삶의 자존심(自尊心)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소리없이 없애려하는데....도대체 당연히 해야 할 말도 못한채 숨죽이며 살아야 했는가?....사심(私心)없이 하기싫은 일까지 내 일도 포기한 채 묵묵히 해줬던 나에게 뭔 짓을 한건가?...과연 내 삶의 끝이 그에 의하여 얼마 만큼 농락(籠絡)되었는지?....내 삶의 먼 끝을 향해 질식된 하루하루를 보낸다. 내 인생의 끝도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음에 내 삶을 도둑질 당하거나 착취(搾取) 당한 분노(憤怒)를 삭인다. 어떠한 곤란한 괴로움에 처하여도 성품을 내지 않는 것이 대도인(大道人)이요 시련의 고통에 처하여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 대덕인(大德人)이라 들었는데, 내 자신의 못난 흉은 뒤로 하고, 잘난 체하며 요란하게 분수 떠는 자를 먼저 탓하게 되니, 나 또한 도성(道性)과 덕심(德心)을 지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위인(爲人)인걸 어떡하랴....내 마음을 가장 많이 빼앗었던 사람이 나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다. 슬프거나 화날 때 희미한 달빛으로 떠오르는 기억들에 빠져 고독에 잠긴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지나간 고독(孤獨)과 잡념들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누군가 절대 필요하다...내 마음 온통 침묵에 빠져있을 때, 오지 않을 전화 벨 소리라도 들린다면 황급히 달려나가 받을텐데... 비로소 나의 오랜 우울증에서 깨어날 수 있을텐데......고독이란 '상처를 아물게 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시간' 이 될텐데... 고독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이럴 때 호탕하게 웃음을 짓곤 했던 그의 목소리라도 전류를 타고 들을 수 있다면 왠지 모를 슬쓸함이 다소 물러 설 수 있을 텐데....맑고 투명한 소주를 입담 좋은 입술로 음미하던 그의 음성을 들을 수만 있다면 스며드는 고독(孤獨)이 다소 무뎌질 수 있을 텐데....
그는 내게 친 혈육 보다 진한 우정(友情)으로 항상 후의(厚意)를 베푸는 아우다.
마침 그 날 야심한 밤에 그 아우의 폰이 걸려와 절대 고독으로 부터 헤쳐 나올 수 있었다.
- 2024년 11월 안개가 자욱했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