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
지 기(知 己)
- 김 중 근
살아가면서 마음이 지치고 외로울 때일수록 누군가에게로부터 위로를 받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특히나 세상살이가 힘들어 그저 마음 한 자락, 나를 생각해주는 어느 누구에게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해보면서 상담(相談)을 받고 싶지만, 딱히 세상 인심이 예전만 못하니 그저 답답한 마음을 가슴 한 편에 걸어놓고 오랜 세월 상처난 마음을 삭히며 살게된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겠지만, 유난히 세월이 어수선했던 지난 뜨거웠던 폭염(暴炎) 속을 지나면서 열기(熱氣)로 상처난 마음을 식힐 수 있는 절실한 지기(知己)를 갖고 싶었을 것이다. 인산인해(人山人海)로 사람으로 넘쳐나는 세상이다. 별똥같이 스치고 떨어지고마는 유성(流星)같은 대상(對象)이 아니라, 가슴으로 만날 수 있는 그런 지기(知己)를 누구나 갖고 싶어한다. 소슬한 가을 바람에 성큼 쓸려버려 지긋지긋했던 폭염의 지난 여름이 이 가을을 재촉하기 전(前)에, 새파란 하늘같이 파아람 뿐만 아니라 폭풍이 몰아올 잿색 먼 하늘까지 서로 닮아갈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워지게된다. 저 하늘과 바다의 믿음과 신뢰처럼, 섓별같은 사람이 있어 나의 지침이 되고 방향타가 될 지기(知己)에게 마음 속 뿌리깊게 심어있는 모든 것을 털어놀고 자문을 구해서, 삶의 해결책을 구하고 싶은데, 딱히 주위를 둘러봐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야기 할 수 있고, 긴 한숨으로 채워진 가슴에 눈물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지기(知己)를 갖고 싶은데 말이다...
아침 저녘으로 제법 투명한 바람이 가을 밤 까만 하늘 속으로 별 빛을 일렁인다. 먼 하늘을 등에 지고 길을 잃고 배회하면서 포근한 안식처를 구하는 유랑객(流浪客)들에게 유난히 반짝이는 샛별은 갈 길을 인도한다, 땅 아래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넉넉한 풍요로움을 주는 북두칠성은 목마른 이들에게 갈증을 해소시키는 오아시스같이 반짝인다, 구름이 오가는 사이로 의욕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독기(毒氣)를 뿜어대는 전갈은 악마같이 이를 들어낸다, 그리고 밤 이슬로 촉촉히 젖은 눈물을 머금고 해후만을 기다리는 직녀성(織女星)과 견우성(牽牛星)이 저 멀리서 반짝인다, 또 다른 별 빛들이 까만 밤 하늘에 달 빛으로 휘청이고, 가을 찬 바람에 모든 별들이 제멋대로 총총이며 아름답게 반짝인다.
별 빛 없는 밤 하늘을 상상해보라! 칠흙같이 암흙만 가득한 하늘을!...아마 희망은 사라지고 절망만 눈에 펼쳐지겠지...아름다운 꿈은 이렇게 늘 별과 함께 살아야 우리 세상이 아름다워진다고 믿는다, 검은 장막 같이 까만 밤을 배경으로 별 빛이 오늘 따라 유난하다. 청명한 가을 하늘의 별빛은 아름답고 영롱하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 별은 지고 별이 뜰 까만 밤 하늘 같이 세상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수놓을 그런 영원한 벗을 만날 수 있을까?...밤 하늘의 총총한 별 빛 같이 반짝 나타나길 오늘 밤 하늘에 누구나 기대해봄직하다.
별 지는 밤, 홀로 있을 때 고독(孤獨)이 사무치는 가슴을 거쳐서 누군가의 촉각으로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밤이다. 붉은 노을이 스며있는 밤 하늘의 배경이 되어 한 조각 푸르스름한 별 빛으로 내려올 마음이 되어줄 그런 지기(知己)를 갖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내가 가는 데로 오고, 구름 가는 데로 가는 별이 총총한 밤인데, 그 사람의 꿈속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그런 벗이 밤 하늘의 별 빛같이 내려오길 바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가로등 하나씩 어둠으로 깨어나는 거리를 지나다 문득 생각나면 술 한 잔에 내 고통과 설움을 나누어 가질 그런 벗을 불러내서 토로(吐露) 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일생을 통해 오직 각 한 번의 기쁨과 고통 일 수도 있는 그 아름다운 즐거움과 절절한 아픔을 동반할 수 있는 그런 지기(知己)를... 별빛이 하얗게 내려서 불면증이 재발하는 날은 일기장을 태워도 그 속의 내용과 그리움이 소각되지 않을 그 모든 비밀까지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벗을!...
초라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더라도 어제같은 오늘이 아니길 바라며 오늘같은 내일이 아니길 바라는 용기(勇氣)를 주는 벗이 있어, 살아가는 날 동안 넉넉한 마음으로 술 한잔과 더불어 각박(刻薄)한 세상을 나눌 수 있는 벗으로, 농담 한 마디의 여유를 갖고 싶은데 나는 어떤가?...
만약 그런 지기(知己)가 있다면 내 삶의 밀알이 되어줄 벗의 힘이 지금 당장 내 곁에 없어도 한 모퉁이에서 지켜서 있는 것 만으로도 고마울 뿐일텐데, 그래도 종심(從心)의 나이를 지난 지금에 서너명 정도의 지기(知己)가 있으니 난 성공한 사람이다.
- 2024년 10월 별이 빛나는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