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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홀라당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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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근 Dec 08. 2024

겨울은 오는데...

세찬 바람 부는 날

겨울은 오는데...          


- 김 중 근    

 

겨울의 길목에서 가을을 보내기 싫다강풍이 분다창문이 덜컹거린다문풍지를 울어대는 소리가 피댓줄 돌아가는 소리같이 광풍(狂風)이다아침저녁으로 제법 얼굴에 와닿는 쌀쌀함이 본격적인 겨울을 알린다.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가 지난지 한 달 이상 지났으니 겨울은 앞으로 더욱 깊어가겠지...잔뜩 구름이 낀 하늘에서 당장이라도 뭔가 내릴 것 같이눈은 마음 뿐이다함박 눈이라도 내려서 주위의 모든 것을 하얗게 만들면 오염되었던 마음이 한결 백설(白雪)같이 깨끗해질 것 같다.    

 

2층 발코니 어느 구석에서 애간장(㿄肝腸)을 녹여놓던 귀뚜라미 소리가 엊그제 같은데마음은 찬 바람만 가득하다그것이 꼭 내 귓속에 들어앉아 울어대는 것처럼 가까이 들렸던 시간들이다꼭 무엇인가를 슬퍼하고 애처롭게 들렸던 시간들이 귀뚜라미로 부터 시작되어 결국 강풍(强風)으로 이어졌다찬 바람이 우리 마음을 스산케한다그동안 생각하기조차 싫었던 파란만장(波瀾萬丈)함을 가랑잎 떨쳐버리듯 강풍에 털어 버리고오는 길 따라 마음을 새롭게 해본다.    

 

그동안 나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일은 모른척하며 살았다내 어려움도 감당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남의 어려움 까지 챙기며 돌보는 것은 마음의 사치라고 생각했다낙엽은 지고 이파리는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처럼이 시간 거리에서 빈곤과 추위에 맞서 이리저리 헤메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앞으로 연말 연시와 X-MAS 등으로 자선 냄비가 거리마다 넘쳐날 것이다그렇지만 사상유례없는 빈민자(貧民者)들의 슬픔들이 낙엽처럼 날릴 때 얼마나 그들의 아픔을 헤아렸는지 뒤돌아봐야만 한다그들의 이웃인 우리가 생각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거리의 노숙자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파산 선고로 찾아온 불행(不幸), 따스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채 거리를 헤메고 다니는 청소년들부모로 부터 버려진 고아(孤兒), 무연고무의탁 노인들 이밖에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우리 주변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즈음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이 겨울이 시작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차분히 가져보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것도 삶을 윤택하게 하지않을까 싶다후안무치(厚顔無恥)한 졸부(猝富)은 주위의 어려움들과는 아랑곳하지 않고 흥청망청 해외여행 등으로 썩은 낙엽처럼 사는 자()들도 많다우리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거짓과 위선(僞善)으로 가장된 내가 많다그러나 진실된 나의 참 모습을 외면하며 살 수는 없다그동안 폭염에 시달렸던 날엔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지만, 오늘 같이 머리 속을 꼭꼭 파고들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찬 날,  담장 밑 추위에 떨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내 편안함이 한편의 다른 모습으로 부끄럽게 느껴진다내가 남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그동안 반성하기 부끄러워 미루어 놓았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한 철 통열하게 오열(悟悅)하며 눈물을 흘려야했던 베짱이나 귀뚜라미처럼 나를 반성해본다홀로된 이 시간 내가 진심으로 참회하고 통곡하면서내 모습은 초라해진다나의 거짓과 허물이 발견되어서 이해 당사자께 딱히 해야 할 이야기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조용한 선술집 포장 마차에서 참회할 시간을 가지려한다환호 속에 갈채를 받지 못하지만 홀로 있는 조용한 이 시간이 좋다내가 선택하고 서있는 이곳이 옳고 바른 곳인지? ....설령 휘어 돌아갈지언정 내가 선택한 길이 목적지 까지 바르게 갈 수 있는 길인지?... 생각해야 할 시간이기 문이다반드시 하지않으면 안될 일을 무시하고 살지는 않았는지?....이젠 그것을 다시 한번 곰히 생각해 보자!. 내가 이렇게 평안히 살고 있슴에 감사를 하고 지금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자또한 바람 속에서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나를 지탱해줄 수 있는 견고한 믿음도 흔들리지않도록 다시 한번 생각한다유일하게 믿음을 가질  있는 단 한 사람에게도 실망을 주지 않을 일이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본다내가 힘들면 모든 걸 바쳐 용기(勇氣)와 격려를 주는 사람들도 생각한다  

   

매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우린 하루를 분주히 살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지났을까...또한 지금 어떻게 우리는 이 불면의 밤을 맞고 보내면서 무엇을 생각하며 이 초겨울 밤을 편안하게 쉬려는 것일까......이렇게 문풍지 앵앵대는 날 마음을 비우고 내면의 울림을 들어보자갑진년(甲辰年이 해도 몇 일 남지 않았다행여 마음까지 얼어붙지 않길 바란다.          


-2024년 11월 26일 세찬 바람 부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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