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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홀라당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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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근 Dec 08. 2024

가을 풍우(風雨)

비 바람 몰아치는 날

가을 풍우(風雨)               


- 김 중 근        

  

긴 비 뒤에 거리의 은행나무는 또 다른 모습이다가을 비가 무거운 습기를 뿌리고간 탓인지 잔득 물을 먹고 겁먹은 나무들의 모습이 종전과는 영 다르다시퍼렇고 씩씩한 모습은 간데없고 찬 바람에 마음마저 움추려진다찬 비 지나고 찬 바람 부는 데.....    

 

끊어질 듯하면서도 계속 이어지던 깊고도 맑은 은행나무의 매미 울음 소리가 마침내 끊긴지 오래지만매미 소리와 은행나무 훓고 지나는 바람 소리에 취해아직 나는 늘 애기 울음같이 애절하고 맑았던 청량한 소리 마음에 남아 있다그러나 은행나무 어디선가 울어대는 매미 울음 소리를 들으며 나만의 절차로 낮잠을 청했던 한 여름을 그의 마지막 오열 조차 듣지 못하고 보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진 매앰~맴 소리가 왜 그리도 좋았던지툇마루 위 대나무 돗자리에서 한 여름 꽃과 별을 매달고더럽혀진 귀와 눈을 씻어내곤 했다시름으로 가득 찬 잡념들을 내 뜨락의 청청(淸聽)한 기운으로 대신 채워서 다시 힘차게 살게하는 청각제(聽覺劑)였다.     


간 비에 젖은 잎새 어디선가 맑은 소리를 틔우는 은행나무를 본다앞서가는 계절 따라 어김없이 그 자리에 피고질 나무는 자신은 낙엽되어 바수어지고 지면서도 도심의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준다그 숭고한 헌신을 보며 끝까지 마지막 가는 그의 뒷모습까지 애절한 목소리로 배웅하며 오열했던 매미의 소리 또한 들리는 듯하다마지막 오열같이 매미의 울음 소리는 문간방 초당에서 감잎으로 차를 달이고중풍에 쓰러져 누워계신 내 아버지의 시린 어깨가 눈물겨워함을 알렸지만나뭇가지 마다 별똥처럼 쏟아져 내리는 바람 소리에 날아버린 애절한 소리....지금까지 귀에 쟁쟁하기만 하다가을철 도심 바닥에 바람 따라 구르는 은행 잎을 보고 이 거리에서 계절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계절의 시작임을 알게된다.  

   

이젠 바람 소리도매미 소리도 자취를 감추었다계절처럼 오고가는 길 모퉁이에 서서 제 모습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은행나무는 힘없이 서있다칠월 칠석을 넘어서 추석 한가위 까지 울었던 매미는 절조와 기개를 품었다가 다시 싱싱한 한 그루 은행 나무를 피게할 청각제(聽覺劑)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2024년 10월 20일 바람 부는 날

                                                                           웅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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