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런 날이 있을 겁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인 날. 분명히 웃어야 할 순간인데도 속이 쓰리고, 짜증을 내야 할 상황인데 정작 무표정으로 버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소파에 털썩 앉아 혼자 중얼거리는 거죠. "난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이유를 알고 싶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아이들의 감정은 직관적이고 투명합니다. 배가 고프면 울고, 기쁘면 웃고, 무섭거나 화가 나면 온몸으로 표현하죠. 문제는, 이걸 방해받는 순간입니다. 부모나 보호자가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면, 아이는 다른 생존 전략을 배우게 됩니다. “왜 울어?", "그건 화낼 일이 아니야", "네가 화내면 엄마가 슬퍼진단다", "뚝 그쳐!” 이런 말을 들으며 아이는 자신을 억누르는 방법을 터득하죠. 결국 눈치 챈 거예요. 자신의 감정을 들키면 손해라는 걸.
그렇게 감정을 감추는 법을 배우며 자란 아이는 결국 어른이 되어서도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기고 억누르는 데 더 능숙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자신도 진짜 감정이 뭔지 모르게 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게다가 억눌린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치 곰팡이 같아요. 어둡고 습한 곳에서 끊임없이 자라죠. 당신이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이 될 때까지도요. 그러다 어느 날 그 감정들이 기습하듯 들이 닥친다는 겁니다. 불안, 우울, 두려움, 분노...... 그러니까, 당신이 느끼는 이 복잡 미묘한 감정들은 단순히 현재 상황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미처 다 풀지 못한 이야기들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럼, 이 뒤엉킨 감정들을 펼쳐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 단계는 먼저 자신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탐구하는 과정 말입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그 시절의 나에게 어떤 감정들이 억눌렸는지 떠올려 보세요. 알아요. 쉽지 않다는 거. 때로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천천히, 따스한 시선으로 내면을 들여다 보세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억눌린 감정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러다 보면 그게 어떻게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는지 깨닫게 될 겁니다.
다음으로는 억눌린 감정을 다시 느끼고 표현하는 걸 연습해 보세요. 감정이란 녀석은 가둬둘수록 더 골치 아파집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는 거죠. 처음엔 어색할 거예요. 평생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던 사람이라면 이게 그렇게나 낯설고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표현하기 시작하면, 그 감정들은 점차 건강한 에너지로 바뀝니다. 힘들다구요? 괜찮습니다. 저도 그래요. 그럴 땐 당신만의 안전한 공간에서 감정을 표현해 보세요.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털어놓든지, 일기에 쓰든지, 아니면 술 한 잔 앞에 놓고 혼자 욕이라도 하세요. 뭐든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관대해 지세요. “난 도대체 왜 이러지?” 이런 질문은 멈추고, “그래, 그땐 최선을 다했어”라고 말해보는 겁니다. 당신의 감정은 잘못된 게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억눌린 감정은 당신을 탓하는 게 아니라, 날 좀 봐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그대로 느껴 보세요.
감정은 퍼즐 조각과 같습니다. 과거의 상처, 현재의 불안,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얽혀있죠. 그러니 매일 잠들기 전 5분만이라도 당신의 감정에 귀 기울여보세요. 그리고 그 감정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보세요.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분노하면서.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갈 때, 당신은 조금 더 온전한 자신을 만나게 될 거예요.
결국 진정한 치유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의 모든 감정이 의미 있고 소중하다는 걸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