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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불안: 네가 떠날까 두렵고, 혼자 남는 게 무서워

심리학 이야기

by 이상혁 심리상담가

누군가에게 버려질 것 같은 기분 느껴본 적 있나요? 이걸 유기 불안이라고 합니다. 이름부터 뭔가 날카롭고 섬뜩하죠. 게다가 이 녀석, 은근히 집요합니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슬그머니 마음 한 구석을 점령하고는 우리를 조종하려 들죠. 도대체 이 골치 아픈 녀석은 어디서 온 걸까요? 시작은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대부분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매번 똑같아서 지겹다구요? 어쩌겠어요. 그게 사실인 걸.


아이로 태어난다는 건 참 성가신 일이에요. 곁에 누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완벽한 의존 상태. 그래서 부모의 미소 한 번이 "난 살 수 있어!"라는 생존 신호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그 미소가 꾸준하지 않거나 사라져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는 이렇게 느끼는 겁니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내가 문제인 건가? 나 이대로 죽는 건가?"


그리고 그 작은 의문은 자라면서 아주 복잡하고 날카로운 두려움으로 변합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버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요. 그게 바로 유기 불안의 씨앗이죠.


이 두려움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우리를 괴롭힙니다. 애인이 약속 시간에 조금 늦거나 문자가 바로 오지 않을 때, 머릿속이 온갖 상상으로 가득 찹니다. “혹시 내가 싫어진 걸까? 날 떠나려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들요. 그리고 그 불안은 관계에서 지나치게 매달리거나, 반대로 관계 자체를 파괴하려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죠. 자칫하면 진짜로 관계를 망치기도 합니다.


이런 유기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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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 번째, 그 불안, 없애려고 하지 마세요. 오히려 불안을 끌어안고 이렇게 말하세요. "그래, 너도 내 일부야. 그런데 넌 대체 어디서 왔어?" 그리고 과거를 돌아보세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떤 감정들이 지금까지 따라왔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겁니다.


두 번째, 그 불안과 정면으로 마주하세요. 도망치려고 하지 말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불안, 이 관계와 연관이 있는 걸까, 아니면 과거의 잔재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불안의 실체가 지금보다는 과거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소통이 중요합니다. 이건 어렵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에요. 불안을 느낄 때 상대방에게 "가끔 내가 이런 불안을 느껴. 하지만 이건 내 과거와 관련된 감정이지, 네 탓은 아니야."라고 솔직히 말해보세요. 그런 대화는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제 말 믿어보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거예요.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이런 말들. 오그라 들죠? 처음엔 어색할지 몰라도, 한 번 해보세요. 은근히 효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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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것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우린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불안을 무조건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받아들이려 해보세요. 불안을 이해하고, 때로는 타이르고, 가끔은 안아주는 거죠.


그리고 꼭 기억하세요. 유기 불안을 가진 자신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는 걸요. 이건 과거의 환경 속에서 당신이 생존하기 위해 배운 방식일 뿐이니까요. 이제는 그 방식을 조금씩 바꿔가며, 당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해보세요.


그리고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군요.


"당신은 충분히 괜찮습니다. 네? 완벽하지 않다구요? 그래서 더 멋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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